[현장에선] 위기가구 대책 시스템·사람 갖춰야

이진경 2022. 12. 16. 00: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을 설명하던 복지부 담당 과장은 질의·응답까지 마치고 마무리 발언을 하던 중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감정을 추스른 그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하고 잠이 안 올 정도로 안타까웠다"며 "장례식장 다녀오면서 한 발 더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 최대한 해보려고 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을 설명하던 복지부 담당 과장은 질의·응답까지 마치고 마무리 발언을 하던 중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감정을 추스른 그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하고 잠이 안 올 정도로 안타까웠다”며 “장례식장 다녀오면서 한 발 더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 최대한 해보려고 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투병 생활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 뒤 정책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시행할 수 있게 하는 중앙부처 담당 공무원으로서의 자책과 미안함,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번 대책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도 엿보였다.
이진경 사회부 차장
정부는 위기가구 발굴의 근거가 되는 위기 정보를 현 34종에서 44종까지 순차적으로 늘리고, 수원 세 모녀처럼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행정안전부나 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도움의 손을 먼저 내밀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구 발굴 체계를 마련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바로 전날에도 서울 서대문구에서 모녀가 건강보험료 14개월 연체 등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고, 하루 뒤인 25일에는 인천 한 빌라에서 일가족이 극단 선택을 시도, 10대 2명이 숨졌다. 좀 더 서둘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극을 줄이기 위해 촘촘하고 고도화된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런저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 한 명의 소중한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일이다.

위기가구들이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는 일도 해야 한다. 정부에 도움을 받으면 ‘빈곤층’ 딱지가 붙어 불편한 시선을 받을 것이란 걱정으로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최근 ‘복지는 권리입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주세요’라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광고를 긍정적으로 봤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기도 하고, 지역사회 이웃·커뮤니터이기도 하다.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공무원 1명이 진행하는 위기가구 조사는 지난해 113.4건이다. 위기 정보가 많아지면 확인해야 할 대상이 늘어날 텐데, 인력이 부족하면 세심한 지원·상담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웃과 지역사회의 관심은 부족한 정부의 그물망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이웃·지인 등이 지나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대책을 마련했으면 조속히 시행해야 가치가 있다. 법 개정 노력과 인력 확충 등을 느긋하게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 국회도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또한 이번 대책이 끝이 아닌 만큼, 끊임없이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경기 침체로 한계 상황에 이른 가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고독사, 은둔청년 등 드러나지 않은 취약계층도 적지 않다. 더는 생활고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

이진경 사회부 차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