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의플랫폼경제] 테라, FTX 그리고 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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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의 비트코인, 튤립'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몽상과 비트코인의 허상'은 필자가 2021년 4월과 5월 어느 인터넷 신문에 기고한 글들이다.
당시 비트코인이 최고 8000만원까지 거래되던 시기라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바하마에서 체포되었고, 테라 창업자 권도형은 세르비아로 피신해 있는 상태이며,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은 업비트의 자전(自轉)거래 의혹으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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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아닌 ‘正道’ 로 원하는 사회 만들어지길
우리가 아는 ‘더닝 크루거 효과’처럼 어떠한 지식이나 상품에 무지한 상태에서는 그에 대한 확신이 더 커지는 법이다. 튤립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영주들은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튤립 버블’에 가세했다. 대부업도 튤립 버블을 키우는 데 일조하였다. 하지만, 튤립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했고 시장에서 투매가 일어나며 또 다른 광풍에 시달리게 되었다. 너도나도 뒤늦게 튤립 열풍에 동참했던 투자가들은 물론 국가도 막대한 손실을 보고 말았다. 재정이 부실해진 네덜란드는 그 후 영국과의 경쟁에서 져 세계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코인 버블이 깨지면서 네덜란드 튤립과 같은 여진의 형태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바하마에서 체포되었고, 테라 창업자 권도형은 세르비아로 피신해 있는 상태이며,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은 업비트의 자전(自轉)거래 의혹으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모방과 복사가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암호화폐는 그 상거래 기록이 여러 노드에 저장됨으로써 거래의 부인(repudiation)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익명화라는 특성 탓에 이론적으로는 언제든지 자전거래로 인한 시세조종이 가능하다.
자칭 ‘도지코인의 아버지’ 머스크도 자전거래에 대해 상당한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다소 황당한 꿈이 있다. 바로 인류의 화성 이주다. 화성을 향한 우주왕복선 스페이스X, 화성 정착 후 생활을 위한 기술을 담당하는 테슬라와 화성 인터넷 구축을 위한 스타링크 등 그의 놀라운 행보들은 모두 화성을 향한 것이다. 그의 꿈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바로 자금이다. 그는 기존 연구자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한 우주왕복선 재활용을 성공시킨 후 조(兆) 단위의 달러를 지원받았음에도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외적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머스크의 엄청난 금액의 수입원은 바로 암호화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신화에는 숨겨진 비극이 있듯 비트코인도 투자자들이 애써 외면하는 비극이 있다. 비트코인 그 자체는 그 어떠한 생산성도 현물성도 없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의 수입은 누군가의 손실이 되어야만 하는 제로섬게임이라는 것이다. 생산성이 없다는 약점을 블록체인 기술로 덮어보려고 하지만 현물성이 없다는 점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 기능의 일부인 화폐의 기능을 개개인에게 넘겨주는 것은 사회계약론을 통해 발전해 온 사회구조의 역행이 아닐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욕망의 생물이기에 항상 좀 더 높은 곳을 꿈꿔왔다. 하지만 국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편법과 비법을 교묘하게 이용해야만 하는 사회’가 아닌 ‘정도(正道)로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이상근 서강대 게임·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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