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원청'은 아름다운 희망…내겐 위대한 작품 쓰는 것"

이은정 2022. 12. 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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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 작가, 신작 '원청' 출간 기념 내한…"작품들에 중국 100년 담아"
"여전히 소설보다 현실이 황당…작품이 독자 견해 바꾼다면 사회도 변해"
신작 '원청' 들고 내한한 중국의 위화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신작 '원청' 출간 차 내한한 중국 위화 작가가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간담회를 했다. 2022.12.15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눈이 와서 소설 '원청'이 생각났어요. 린샹푸가 (젖먹이) 딸을 안고서 시진에 왔을 때 폭설이 내리는 광경이 나오니까요."

중국 현대문학계를 대표하는 위화(62) 작가가 소설 '원청' 출간을 기념해 5년 만에 내한했다.

서울에 큰 눈이 내린 15일 그는 종로구 교보 컨벤션홀에서 대산문화재단의 '2022 세계 작가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인근 카페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의 방역 조치로 해외를 방문한 건 처음이라는 그는 비자 문제로 인해 어렵게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내년 데뷔 40주년을 맞는 그는 "(소설 속 미지의 도시) 원청은 아름다움과 희망을 상징하는데, 작가로 산 40년은 그걸 찾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내겐 위대한 작품을 쓰는 게 원청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못 쓴 것 같고 죽을 때까지도 못 쓸 수 있지만 계속 쓰고 싶어요."

그가 8년 만에 낸 신작 '원청'은 북쪽 출신인 주인공 린샹푸가 딸을 낳고서 자취를 감춘 부인 샤오메이를 찾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원청은 소설에서 실재하지 않는 도시로 린샹푸에겐 사랑을 찾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한다.

8년 만의 신작 '원청' 들고 내한한 중국의 위화 작가 [푸른숲 제공]

치과 의사란 직업에 염증을 느끼고 작가의 길을 걸은 그는 그간의 작품에서 1900년대 근대의 중국을 비춰냈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으로 시작되는 '인생', 1960년대 문화대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허삼관 매혈기', 문화대혁명 이후 자본주의 중국 사회를 담은 '형제'와 '제7일'에 이어 1900년대 초반 신해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원청을 끝으로 한 세기, 100년의 중국을 완성했다.

그는 중국 출판사가 '인생'과 형제', '제7일', '원청' 등 네 작품을 묶어 "위화의 소설을 읽으며 중국을 이해하자"고 홍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화 작가는 시기적으론 가장 앞선 '원청'에 대해 "100년의 앞부분이 부족했다"며 "신해혁명 이후 황제 통치가 사라지면서 혼란상이 펼쳐졌다. 관군 북양군과 국민혁명군이 내전을 일으키고 토비가 날뛰고 무정부 상태였다. 이 시기 역사가 오늘의 중국에 있어 귀한 역사다.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린샹푸(원청)·푸구이(인생)·허삼관(허삼관 매혈기)·이광두(형제) 등 서민의 삶을 딛고 이어진 20세기 격동기가 지금의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의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 건 신해혁명과 신문화운동이지 원·명·청나라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최근 중국 각지에서 '제로 코로나'에 항의해 일어난 '백지 시위'를 언급했다.

위화 작가는 베이징사범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백지 시위가 대학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이유는 대학이 봉쇄됐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선 학생들이 기숙사에 사는데,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학교 밖으로 나가려면 지도 교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마다 관리 강도는 다르지만 그런 불편함으로 인해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연하는 위화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중국 작가 위화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2022 세계 작가와의 대화'에서 '중국의 1900년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2.12.15 scape@yna.co.kr

그는 중국에선 불편한 과거일 수 있는 역사의 민낯을 드러내 온 작가다. '원청'에는 사람을 잡아가 고문하며 몸값을 요구하는 토비와 여성을 유린하는 군인이, '허삼관 매혈기'에는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삶이 등장한다. 과거 그의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중국에서 출간 금지가 된 적도 있다.

위화 작가는 "과거를 알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허삼관 매혈기'도 중국에서 공인된 좋은 작품이어서 평론가들이 비평하기가 힘들다"고 유머를 섞어 에둘렀다.

그러면서 창작의 자유에 대해 "자유란 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다"며 "'허삼관 매혈기', '형제', '제7일' 모두 출간될지 확신이 없었는데 출간됐다. '원청'은 처음으로 출판사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제7일' 출간 때인 2013년 한국 언론과 만남에서 "소설이 아무리 황당해도 중국 현실을 따라가진 못한다"고 했던 그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설보다 현실이 황당하다"고 짚었다.

그는 "상하이가 록다운(봉쇄) 됐을 때, 그곳은 공직자 거버넌스 수준이 높아 시민들이 지방 정부 정책을 믿었다"며 "베이징은 베이징시가 뭐라 해도 시민들이 안 믿는다. 공산당이 통치하지만, 지역에 따라 시민 반응이 다르다. 상하이 봉쇄 이후 인터넷에 웃긴 말이 많이 올라와 중국인들은 힘든 일이 있어도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중국을 바꾸는 작가, 중국을 묘사하고 기록하는 작가 중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 묻자 "작가로서 한 사회를 바꾸는 건 어렵다"며 "그러나 일부 독자가 사회에 대해 갖는 견해를 바꿀 수는 있고, 그렇게 된다면 사회는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위화의 소설은 전 작품을 아울러 수십 년에 걸쳐 중국에서 팔리고 있다.

1993년 출간된 '인생'은 초판이 2천만 부, 30년이 된 올해도 80만 부가 판매됐다. '인생'은 대학생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책 1위, 그는 10대 작가 1위에도 뽑혔다.

모옌, 옌롄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 3대 작가로 꼽히는 그는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된다.

그는 "노벨문학상은 굉장히 큰 광고"라며 "상을 받으면 전 세계 사람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다. 그런데 난 한국에서도 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특유의 유머를 섞어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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