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바쳐 싸웠다”... 모로코, 졌지만 고개 숙이지 않았다

이영빈 기자 2022. 12. 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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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사자들은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상대로 기죽지 않았다. 전후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약했다.”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에서 함께 뛰는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와 모로코 아슈라프 하키미가 14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이 끝난 뒤 포옹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는 모로코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2022.12.15 /AP 연합뉴스

모로코가 15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0대2로 패배한 뒤 모로코 일간지인 르마르탕은 이렇게 평했다. ‘아틀라스 사자들’은 모로코 서쪽 대서양 해안부터 동쪽 튀니지까지 2500㎞로 뻗어 있는 아틀라스 산맥을 본떠 붙은 별명이다.

모로코는 이번 월드컵 내내 아틀라스 산맥을 그라운드에 들인 듯한 철벽 수비로 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강국들을 잇따라 무릎 꿇렸다. 2골을 내준 준결승 이전까지 실점은 자책골 1골뿐이었다. 단단한 수비에 이은 역습을 통해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8강전에서 3승 2무를 거뒀다. 월드컵 4강은 아프리카 역대 최고 성적이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 조별리그 통과조차 어렵다고 평가받았던 모로코여서 더 극적이었다.

모로코의 역사를 비춰보면 더 의미가 깊다. 토너먼트에서 맞붙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과거 모로코의 식민지배국이었다. 모로코 최대 도시인 카사블랑카는 16세기 무역 거점으로 삼기 위해 포르투갈이 만든 곳이고, 1860년 스페인은 불평등조약으로 아예 모로코의 나라 지배권을 빼앗기도 했다. 이 두 나라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던 터라 모로코 국민은 더 행복한 연말을 보낼 수 있었다.

AP통신은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든 모로코의 자랑스러운 싸움이 끝났다”고 했다. 아프리카 축구연맹은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줘 고맙습니다. 당신들은 아프리카를 자랑스럽게 만들었습니다”라고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모로코를 이끄는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모든 것을 바쳤다. 기적만으로 월드컵 우승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그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어 크로아티아와의 3·4위전에 대해선 “경기를 준비하는 게 정신적인 면에서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예정이다. 3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3·4위전은 18일 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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