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법인세 1%P 인하 수용] 김진표 의장 중재안 `최악의 치킨게임` 막았다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대표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에 제안한 내년도 예산안 중재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예산안 처리의 '최대 난관'인 법인세 문제의 돌파구를 연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은 자신이 3차 예산안 협상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15일,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3%포인트 인하, 2년 유예를 주장한 '김진표 중재안'이 어렵다면 단 1%포인트라도 인하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를 가속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제안한 3%포인트 인하, 2년 유예안에 민주당이 난색을 표해 교착상태가 이어지자, 마지막 카드로 합의를 독려한 것이다.

김 의장은 "법인세 인하 문제와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행안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둘러싼 쟁점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일괄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639조원 예산안 중 5억여원 차이를 좁히지 못해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지적했다.

'새 중재안'이 물꼬를 텄다. 민주당이 먼저 김 의장의 중재안에 화답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최종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면서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민생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위기 극복에 우리 사회의 총력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예산안 처리는 방치하는 무책임한 상황을 언제까지나 내버려둘 수 없는 만큼 정부·여당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주시길 바란다"고 국민의힘을 거듭 압박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기재부 등 정부 측과 추가 논의가 필요해 검토가 늦어졌다. 특히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점검회의에 협상의 당사자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 중이었다. 당초 당내에서는 김 의장안의 '법인세 1%포인트 인하'로는 국민의힘이 원하는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도 나왔으나,야당이 수용키로 한 만큼 합의 가능성이 높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의장 중재안에 대해 "처음에 법인세를 3%포인트 내리는 정부안을 제출했는데 그걸 '2년 유예하자'는 김 의장 제안도 거부한 것이고, 1%포인트(인하)는 기업경쟁력 제고 측면에선 다소 효과가 있겠지만 법인세 비율체계를 단순화시키고 줄이는 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임재섭·한기호기자 y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