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전가치 높은 무인도에서도 낚시 허용? 해양생태계 훼손 심화 우려

김기범 기자 2022. 12. 15. 16: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수부, ‘준보전무인도서’ 낚시 허용 법 개정 추진
현재도 낚시 쓰레기에 섬 생태계 몸살
낚시 허용하면 해양생태계 오염 더욱 심화 우려
지난 10월 초 경남 통영 육지면 국도 인근 해역 수중에서 낚싯줄을 먹고, 죽은 채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의 모습. 통영스쿠버캠프 제공.

해양수산부가 무인도에서도 낚시, 가축 사육 등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분별한 바다낚시로 인해 섬 인근 해양생태계의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비교적 보전상태가 양호했던 무인도마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해수부의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해수부 입법개선과제’를 보면 해수부는 무인도서법 12조에 낚시와 가축 사육, 대피소·선착장·공공시설물 설치 등을 허용하는 예외조항 추가를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는 법제처 심사와 입법예고 등을 거쳐 지난달 10일 이 같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경남 사천 신수도 인근 해역 수중에 버려져 있던 낚싯대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이 법 12조에는 준보전무인도서에서 건축물 신축 및 증·개축, 가축 방목, 야생동식물 포획·살생·채취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준보전무인도서는 보전가치가 높아 일정한 행위를 제한하는 조치를 하거나 필요한 경우 출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섬을 말한다.

경남 통영 죽도와 홍도 바다에 버려진 낚시 장비들을 수거하는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해수부는 무인도서법 개정을 ‘무인도서 이용 활성화’를 위한 입법 과제로 삼으면서 현재는 “보전 위주의 경직된 규제로 최소한의 공공목적 사업과 토지소유자의 생계를 위한 창고설치도 불가능하고, 낚시 등 해양 레저활동 이용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준보전무인도서로 지정된 섬은 경남 거제 격도, 통영 국섬, 전남 고흥 형제도 등 550곳이다. 해수부는 썰물 때 노출되는 해역 즉, 갯바위부터 1㎞ 구간 사이에 낚시를 허용할 방침이다.

전남 여수 거문도 서도 인근 해역 수중에 버려져 있던 낚시릴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환경단체들은 준보전무인도에서 낚시와 가축 사육 등을 허용할 경우 섬 육지부와 인근 해역의 환경오염이 심화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 낚시와 가축 사육이 허용된 섬과 인근 해역이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와 축산 폐기물로 오염되고 있는 실태를 고려하면 오히려 금지구역을 늘려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갯바위 낚시가 성행하는 섬들에서는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고정하기 위해 바위에 뚫어놓은 구멍과 낚시할 때 사용하다 아무렇게나 버린 납추나 낚싯대, 낚싯줄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쓰레기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남 여수 거문도 서도 바다에 버려져 있던 낚시 장비들을 수거한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해수부가 낚시를 허용하고자 하는 갯바위~1㎞ 사이 해역은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연산호와 해조류의 서식지이자 어류 산란지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하 국시모) 사무국장은 “준보전무인도서로 지정된 섬 인근 해역은 인위적 간섭이 제한되면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해양 생태계가 유지되어 왔다”며 “낚시를 허용하면 갯바위 훼손과 낚싯줄, 납 등을 포함한 쓰레기 불법투기, 쓰레기 소각 등으로 해양오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낚시꾼들이 낚싯대 고정을 위해 전남 여수 거문도 서도 갯바위에 뚫어놓은 구멍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지난달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과 국시모가 경남 통영의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인 홍도 주변에서 실시한 수중 조사에서는 숱한 쓰레기들이 발견됐다. 천연기념물 335호인 홍도는 출입이 통제된 섬이지만 인근 해역에서 선상 낚시를 하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낚시꾼들이 낚싯대 고정을 위해 전남 여수 거문도 서도 갯바위에 뚫어놓은 구멍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해수부는 법을 개정한다 해도 전체 준보전 무인도서가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고,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보완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무인도서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다른 무인도 관련 규제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남 여수 거문도 바다에 버려진 낚시 장비들을 수거하는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준보전무인도서의 낚시, 가축 사육 등 행위가 허용될 경우 해수부 외 다른 부처 소관 법률로 관리하는 섬들에서도 규제를 완화하라는 민원 등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준보전무인도서 550곳 가운데 국립공원 내에 있어 환경부 법률로도 관리되는 섬은 337개이다. 특정도서 및 해양보호구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을 합하면 모두 469개가 무인도서법 외의 다른 법률로도 관리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해수부는 무인도서와 인근 해역에서 벌어지는 갯바위 오염 및 훼손, 수중 생태계의 쓰레기 침적 등 실태에 대한 조사와 낚시 허용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양생태계 훼손·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복원해야 하는 해수부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