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시도’는 김만배가 보낸 시그널?…기로에 선 검찰 수사
‘이재명 연관성’ 선 그은 김씨 진술에 檢 압박 수위 높아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가 9부 능선에서 변수를 맞닥뜨렸다. '키맨'의 극단 선택 시도가 재현되고 얽히고설킨 '진술' 실타래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마주하려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라는 관문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그러나 김씨는 법정 안팎에서 핵심 인물들과 배치된 주장을 내놓고 있고, 급기야 예상치 못한 선택지까지 꺼내 들었다. 김씨가 던진 '시그널'은 무엇일까. 검찰 수사가 이 대표를 향해 직진할지, 숨고르기에 들어갈지 김씨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문 남는 '키맨'의 극단선택 시도
대장동 비리 의혹이 불거진 후 수사가 숨가쁘게 전개되는 동안 김만배씨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에 신중했다. 김씨와 변호인의 입이 집중적으로 열린 것은 최근 배임 혐의 공판에서다. 김씨는 화천대유 측에 650억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1200억원 상당의 시행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장동 사업과 이 대표의 연관성을 집중 언급했다. 이들이 법정 안팎에서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진술을 하면서 야당 대표를 겨눈 수사도 동력을 얻는 듯 했다.
문제는 이들의 진술 상당 부분이 "김만배로부터 그렇게 전해 들었다"로 채워졌다는 데 있다. 남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지분 24.5%인 700억원(세후 428억원)이 이 대표 측 소유라는 것을 김씨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 남 변호사의 발언은 김씨가 부인·반박하면서 공방으로 이어졌다.

김씨가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과 '이재명 연관성'을 놓고 충돌하던 중 돌발 변수가 생겨났다. 김씨는 12월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도로 위 자신의 차량에서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김씨는 당일 오전·오후 총 세 차례에 걸쳐 흉기로 목과 가슴 부위를 찔러 자해했다. 김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간 김씨 변호인이 119에 신고했고, 밤 9시50분께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김씨의 돌발 행동이 검찰을 향한 시그널이라고 분석한다. 최측근이 동시다발 체포되며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최후의 카드를 꺼낸 김씨가 돌연 마음을 바꾸고 변호인을 불러 병원으로 간 것은 검찰에 메시지를 남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5일 김씨의 자해에 대해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가 금방 후회를 하고 그걸 단념했던 건지,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그림을 (검찰에)보여주려고 했던 건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쌍방울과 대장동 교집합 겨눈 검찰
검찰이 김씨 측근을 정조준 한 것은 김씨가 지난달 24일 구속 기한 만료로 1년 만에 풀려난 뒤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연거푸 내놓으면서다. 검찰은 12월13일 김씨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전 쌍방울그룹 부회장)를 전격 체포하고 이튿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김씨로부터 대장동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넘겨 받아 수표로 인출 또는 허위 회계처리 하는 방식으로 260억원 상당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신병 확보 절차에 착수한 이씨와 최씨는 모두 이 대표와 직간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이씨는 이 대표 측근으로 현재 구속 상태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이씨는 성균관대 동문인 김씨의 부탁으로 화천대유에 합류한 뒤 김씨 지시에 따라 자금 인출과 전달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과거 목포 지역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김씨의 '20년 지기'로 알려진 최씨는 작년 10월15일 김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타나기도 했다. 검찰은 최씨를 통해 조폭을 동원한 자금 세탁이 이뤄지고, 종착지가 이 대표 또는 그의 측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규명이 필요하다.
최씨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했고 이후 쌍방울 대표와 부회장직에 오르며 '기업형 조폭'으로 거듭났다. 최씨는 '에이펙스인더스트리'라는 법인을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30억원을 투자 받는 등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총 80억원가량을 김씨로부터 건네받았다. 이 돈은 김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대여한 473억원 중 일부다.
김씨 측근과 쌍방울그룹 간 교집합이 나오면서 그간 별개로 움직이던 이 대표를 향한 대장동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쌍방울그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회사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김씨와 그 측근을 향해 압박 전술을 펼친 것도 두 수사 모두에서 결정적인 패를 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고리로 이 대표와 대장동을 연결시켰다. 자신이 받기로 한 화천대유 배당금이 실은 이 대표 측 것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흐름이 끊긴 상태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로 가는 사다리 중에서 정치적 공생 관계가 없는 김 대표와 그 측근들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김씨를 포함해 대장동 일당이 소유한 각종 부동산과 예금채권 등 800억원 상당을 동결하고 범죄수익환수에 초점을 맞춘 것도 형사 처벌과 동시에 금전적 압박을 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조 의원은 "검찰이 결국 넘어야 할 산은 정진상, 김용 그리고 김만배다. 이 중 제일 약한 고리인 김만배를 돌파하자고 했을 것"이라며 "검찰이 훨씬 전부터 그분들(이한상·최우향) 혐의를 알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대대적으로 나서는 것은 '다 털어버리겠다. 사법 절차 끝나면 알거지 만들어 주겠다'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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