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내년 8월까지 '예금보호 한도' 결정 방침에…금융사 '전전긍긍'
금융위 "8월까지 계획 국회 제출...많은 논의와 설득 필요"
한도 상향 전반적 반대 속 업권별·규모별 미세한 입장 차 감지
저축은행 "지나치게 높은 예보료율 개선이 먼저"VS 당국 "공적자금 투입"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금융당국이 22년째 1인당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여부를 내년 8월께 확정할 방침인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대체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도 상향시 예금보험료(예보료) 부담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3월 예금자보호 한도의 적정 수준 및 금융사별 예보료 비율 등의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을 한국금융학회에 의뢰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은행, 저축은행, 보험 등 업계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융위는 내년 8월까지 예금자보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와 예보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연구 용역 중간 보고’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예금 보호한도 상향과 관련해 △현행 유지 △1억원까지 단계적 한도 상향 △일부예금 별도 한도 적용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일단 한꺼번에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리는 방안은 빠졌으나 추후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사의 예보료 부담 증가와 직결되는 문제로 이에 대한 많은 논의와 설득이 있어야 한다”며 “일단 내년 8월까지 국회에 정부의 계획을 제출하는데, 단순히 연구 용역 결과를 내는 게 아니라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통한 지난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이외에 국회 차원에서도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는 예금보험금의 지급 한도를 예보가 결정하도록 규정하는 ‘예금자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보험금 지급 한도 책정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경제 규모에 맞는 지급 한도를 정하도록 해 예금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0월 예보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약 4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GDP 대비 보호 한도의 세계 평균 정도만 적용해도 약 1억4000만원인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8000만원에서 1억원대까지는 예금보호 한도를 상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예금보험 한도 증액을 위해 예보가 나서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반대 분위기 속 입장 차 감지…시중은행 “저축은행으로 일부 수신 자금 이동할 수도”
하지만 금융업계는 이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한도를 올릴 경우 금융사가 내야 하는 예보료도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업권별로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은행에서는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을 우려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보호 한도를 올릴 경우 우리가 내는 예보료가 올라가는데 결국 고객 대출금리 상승 및 예금금리 인하로 연결될 것”이라며 “또 일반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 등으로 일부 자금이 이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 예금은 자금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 주로 하고 대출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데, 부유층의 고액 예금 보호를 위해 서민들의 대출 이자를 인상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도 상위권 업체의 경우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엔 찬성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저축은행 업계 선두권 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가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줘도 고객들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 것은 여전히 건전성 등에서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려 1억원까지 보장해 준다면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우리 같은 상위권 업체들로 수신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에 앞서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저축은행들 입장이다. 현행 예보료율은 수신(평잔) 기준 △은행 0.08% △금융투자 0.15% △보험사 0.15% △저축은행 0.4%로 저축은행이 은행에 비해 5배 높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2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아직 미회수된 금액이 약 절반에 달한다”며 “예금보험기금 내 특별계정이 존치하는 2026년까지는 책임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저축은행이 더 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입장은 다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은 그때 구조조정된 회사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이외에 보험업계는 이미 지급여력(RBC) 제도가 운영 중인데다, 보험 계약의 특성상 파산한 보험사의 계약을 우량사가 인수하는 계약 이전 방식으로 고객 계약 건의 연속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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