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47일 만에 '영정 있는 분향소'…눈물 젖은 이태원

김이현 2022. 12.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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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내 딸아.", "우리 아들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나."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근처 이태원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입장을 반영해 시민분향소도 함께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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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희생자 76명 영정사진 안치

시민분향소가 14일 오후 서울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가운데 한 유가족이 고인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하나밖에 없는 내 딸아.", "우리 아들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나."

이태원광장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에서 부모들은 오열했다. 앞서 정부가 운영한 합동분향소에 없었던 영정사진을 들고 목놓아 이름부르기도 했다. 차마 울지 못한 채 가슴만 부여잡는 유가족도 있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근처 이태원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날 오후 5시15분쯤 유가족협의회의 공식 헌화와 참배가 진행됐다.

시민분향소에는 참사 희생자 158명 중 유족 동의를 얻은 희생자 76명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희생자 17명의 유가족은 이름만 공개하는 데 동의했고, 나머지 액자에는 국화꽃 사진이 끼워졌다.

참사 희생자 이지한 씨의 부친이자 협의회 대표인 이종철 씨는 "이제야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 아이들 이름과 영정이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건 패륜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정부에서 유가족과 슬픔을 국민과 나누게 해줬으면 됐다"고 울먹였다.

한 희생자 모친은 "오십 평생 이태원을 처음 오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발걸음이 안 떨어졌다"며 "사고 골목을 보고 도저히 제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다. 몇 걸음도 안되는 그 골목에서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죽나"라고 말했다.

이어 "6시 30분에 시민 목소리에 조금만 귀 기울였다면 이번 참사 안 일어났다. 용산시청, 경찰서 모두 걸어서 10분도 안 된다. 그 시간에 무얼 했나. 행안부, 서울시는 158명, 아니 159명의 얼굴과 눈동자 똑바로 보라"며 울부짖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은미 씨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부축을 받으며 헌화를 위해 분향소에 들어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날 오전부터 분향소를 찾아 위가족을 위로했다.

자치구 차원에서도 추모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입장을 반영해 시민분향소도 함께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약 1만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도 열 계획이다.

고 이지한 씨 어머니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아이들 앞에 와서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라"며 "16일까지 현장에 찾아와 사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존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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