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소설 ‘1984’

김기동 2022. 12. 14. 23:1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 따위에는 관심이 없네. 오로지 권력에만 관심을 둘 뿐이지. 재산도, 사치도, 장수도, 행복도 아닐세. 오직 순수한 권력만 바랄 뿐이지." 디스토피아 소설 걸작인 조지 오웰의 1949년 출간작 '1984'에 나오는 글귀다.

소설 '1984'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올해 전자책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 따위에는 관심이 없네. 오로지 권력에만 관심을 둘 뿐이지. 재산도, 사치도, 장수도, 행복도 아닐세. 오직 순수한 권력만 바랄 뿐이지.” 디스토피아 소설 걸작인 조지 오웰의 1949년 출간작 ‘1984’에 나오는 글귀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집 안에 설치된 감시기구인 텔레스크린의 소리를 줄이고 조용히 창밖을 응시한다. 허구적 인물인 ‘빅브라더’는 언제 어디서나 그를 지켜본다. 창문 밖에는 경찰기가 떠다닌다.

건너편 콘크리트 건물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다. 빅브라더가 이끄는 당의 슬로건이다. 국민들은 의심하지 말고 통제를 당연시하며 전쟁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책에서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가 텔레스크린·사상경찰·마이크로폰 등을 이용해 개인의 생활을 철저히 감시·통제하고, 국가권력이 정보를 독점하는 사회체제를 통렬히 비판한다. 작품의 모티브는 스탈린 치하 소련 사회에서 얻었다고 한다.

소설 ‘1984’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올해 전자책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전자 및 오디오 책 전체 부수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책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러시아인들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전체주의적 행태를 연상시킨 탓이라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불법 병합한 후인 2015년에도 베스트셀러 10위에 오른 적이 있다. 외신은 러시아인들이 이 작품에서 20년 집권 동안 정적 숙청과 여론 통제를 해온 푸틴 대통령을 연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설 속에서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 등 3개 전체주의 국가로 나뉘어 끝없는 전쟁을 되풀이한다. 전쟁만이 국가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손사래를 친다. 소설 속 세계와 작금의 러시아 상황이 유사하다는 지적에 러시아 외무부 측은 “이 소설은 오히려 자유주의 체제의 종말과 위험성에 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벌어진 현상이 조지 오웰을 소환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체제 비판을 이유로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88년까지 금서 취급을 받던 소설 ‘1984’의 인기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김기동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