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언제까지 ‘방탄 정당’ 소리 들을 건가

원재연 2022. 12. 1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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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상민 해임안 처리 등 공세
이재명 ‘사법 리스크’ 물타기 의구심
이제라도 방패막이 역할 중단해야
책임있는 공당 위상 회복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인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이 숨만 쉬어도 ‘이재명 방탄한다’고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엊그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였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새해 예산안 처리 지연 등이 이재명 대표를 방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반박이었다. 민주당이 민생을 얘기해도 국정감사를 한다고 해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를 지키려는 의도로 본다는 푸념이다.

김 의원 말처럼 민주당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민생 정책과 입법을 추진하고 정부 실책을 비판해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남 탓할 일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으니까. 이 장관 해임안을 밀어붙인 과정만 봐도 그렇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예산안 처리 후 이태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 장관 해임안을 들고나왔다. 국정조사를 통해 이 장관 책임 여부를 가린 뒤 그 결과에 따라 거취 문제를 정리하는 게 순리다. 더욱이 해임안이 가결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했다. 야당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국정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해임안을 추진하고 결국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행 처리했다. 이 장관 해임안을 밀어붙인 지 하루 만에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결정이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 이태원 참사 정국을 장기화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원재연 논설위원
민주당은 ‘민생’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말 따로 행동 따로다. 민생 위기를 막기 위해 한 시가 급한 예산안은 처리하지 못해 정기국회를 넘기면서도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기어이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안에 처리되지 못한 건 법인세 등 쟁점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임안 문제로 정국이 얼어붙은 탓도 크다. 민주당이 장관 한 사람 해임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뭔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러니 민주당이 무슨 얘기를 해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 등은 모두 이 대표와 측근들 일이다. 민주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이재명을 지키는 게 당을 지키는 것”(정청래 최고위원)이라면서 대표와 당을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건 정치 퇴행이다.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 사당’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제왕적 총재 시절인 3김 시대에도 이러지는 않았다.

이 대표와 측근들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정치 보복’, ‘야당 탄압’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온당치 않다. 이 대표 관련 의혹은 윤석열정부에서 터져 나온 게 아니다. 문재인 정권 때인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상대 후보 진영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도 관련 혐의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대신 정치적 수사로 일관한다.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다. 정치적 위기를 팬덤정치로 돌파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측근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 독재정권에 맞서 ‘단일대오’를 주문하지만 “단일대오를 지키는 게 민주당이 망하는 거 아니냐”(김종민 의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분당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연말·연초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하는 시점에 갈등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이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 대표는 더 이상 민주당 뒤에 숨지 말고, 당도 이 대표 방탄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다. 대표 개인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정당을 공당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랜 역사의 정통 민주 정당인 민주당이 사당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야당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에도 불행한 일이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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