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곰이와 송강… 대통령기록관 수난 시대

정재영 2022. 12. 1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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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 최근 광주 우치동물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건은 당시 청와대가 '박근혜정부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당시 최초 대통령 보고 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조작했다'고 발표하고 수사를 의뢰하면서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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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 결국 동물원 이송… 정치권 ‘정쟁’ 반복 씁쓸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 최근 광주 우치동물원으로 이송됐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대통령기록물이라서 대여 형식으로 동물원에서 생활하게 됐다. 둘의 거처를 둘 수 없던 대통령기록관이 백방으로 수소문해 새집을 마련해줬다.

2007년 12월 경기 성남에서 출범해 2015년 세종시로 옮긴 대통령기록관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물은 물론,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경호업무를 수행한 기관이 생산·접수한 기록물 및 물품 등이 소장돼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11명과 고건 전 총리 등 대통령 권한대행 3명의 문서, 시청각 자료, 웹기록, 간행물, 도서 등 3100만여건의 자료가 있다고 한다. 기록관 개관을 두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후세에 도움을 주기 위해 대통령 재임 시 생산한 자료 등을 잘 보존·관리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정재영 사회부 차장
하지만 기록관은 새 정부 출범 초기마다 수난을 겪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 사저 ‘e지원’(청와대 온라인업무관리시스템)으로 기록물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자 하드디스크 28개를 반납했고,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8월 검찰은 처음으로 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이듬해 5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해 10월 사건은 불기소 종결됐다. 2013년 8월, 박근혜정부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규명한다며 기록관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했다.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에 대한 징역형 집행유예가 지난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2심 무죄 결론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에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2017년 12월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의혹’ 규명을 위해 기록관을 역대 세 번째로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은 당시 청와대가 ‘박근혜정부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당시 최초 대통령 보고 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조작했다’고 발표하고 수사를 의뢰하면서 촉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참사를 보고한 시각 등을 허위로 작성한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대법원서 무죄를 받았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무죄가 확정됐다.

윤석열정부에선 벌써 세 차례 기록관 압수수색이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지난 8월19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해 기록관을 압수수색했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4부도 같은 날 기록관 압수수색에 나섰다. 전 정부 정책과 관련해 기록관을 동시 압수수색한 것인데, 검찰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날짜가 겹친 것뿐”이라고 했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도 지난 9월 기록관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해당 공무원 유족이 14일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대통령 조사 가능성도 언급된다.

모두 정치권 정쟁에서 촉발된 의혹들이 고소·고발을 거쳐 검찰 수사 대상이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헌정 60주년을 맞아 출범한 기록관이 의혹 해소의 중심으로 변질된 탓이다. 5년 뒤에도 또 다른 의혹으로 기록관 수난이 이어질 것 같아 씁쓸하다. 윤석열 대통령 측과 문 전 대통령이 반목하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신장결석과 외이염을 앓고 있다는 곰이와 송강은 더 나은 환경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정재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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