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情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22. 12. 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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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고향이 어디냐, 일하고 있냐, 가족은 어떻게 되냐 등등.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처음 만난 옆집 아주머니한테 받았던 여러 가지 질문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 한 가지가 바로 '정'(情)이다.

'계약' 하면 무척 딱딱하게 보이지만 거기에도 한국의 정이 들어가 있나 보다.

나한테 한국이 주는 정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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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고향이 어디냐, 일하고 있냐, 가족은 어떻게 되냐 등등….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처음 만난 옆집 아주머니한테 받았던 여러 가지 질문이었다. 나는 약간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낯선 이가 개인사를 묻는 것이 참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집에 들어왔을 때 문고리에 김, 미역 등이 들어 있는 봉투와 함께 메모지가 문틈에 껴 있는 걸 발견했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선물로 보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놀라면서 감동을 받았다.
나는 한국에 7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 한 가지가 바로 ‘정’(情)이다. 정은 독특한 한국 고유의 문화이며 책이나 교재에 많이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는 것은 한국인뿐만 아니고 외국인도 모두 잘 알지만, 그것을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마땅한 단어가 없어 말로 꼬집어 설명하기는 어려운 개념이다.
한리아 베트남어 통·번역지원사
정은 복잡하게 생각할 때는 광범위한 개념이기도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주 작은 개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로 어떤 조건을 갖춰야 정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위에 소개한 아주머니의 여러 질문과 선물 봉투 같은 것들이 바로 정이었다.

직장에도 정이 있을까. 운전면허를 딴 지 꽤 오래되었고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아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목숨 걸고 나한테 몇 달간 운전 연습을 시켜준 분은 운전학원 강사도, 가족도 아닌 직장 동료였다. 그뿐 아니라 나는 한국어로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부족해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동료들이 가끔 내가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도와주고 있다. 직장 동료라면 회사에서 근무하는 시간 동안 업무만 지원해주면 충분할 텐데 왜 목숨 걸고 운전 연습을 시켜주는 걸까. 왜 바빠도 거절하지 않고 도와주는 걸까. 그것도 정인가 보다.

학교는 어떨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데 여러 문제가 있어 입학의 꿈을 접으려 할 때 우연히 딱 한 번 만난 교수님께서 많은 조언, 격려와 응원을 해주셔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왜 지나가는 사람한테 상담을 해주느라 귀한 시간을 쏟아붓고 남의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걸까. 그것도 정인가 보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부동산 임대계약을 했다. 일반적으로 임대계약 서명이 끝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외에는 집주인과 연락을 거의 주고받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계약한 집주인분은 다르다. 임차인한테 관심이 큰 분이었다. 나 같은 외국인한테 어려운 문제겠다 싶으면 나와 동행해 같이 문제를 해결해주셨다. 임대료의 경우도 많은 배려를 받았다. ‘계약’ 하면 무척 딱딱하게 보이지만 거기에도 한국의 정이 들어가 있나 보다.

7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한국에 거주하며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 나한테 한국이 주는 정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환경, 대상 등과 무관하게 어디에서든, 누구나 베푸는 독특한 한국의 정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정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한리아 베트남어 통·번역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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