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부재’로 패배한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에 맞서 끝까지 선전…‘가족’처럼 끈끈하고 강했다
국가대표팀 슬로건 ‘가족’으로
모드리치 등 베테랑 ‘솔선모범’
어린 선수들 이끌며 강팀 ‘우뚝’
“모든 걸 준비했지만 준비하지 못한 게 진정한 공격수였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55)이 14일 카타르 월드컵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밝힌 소감이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아르헨티나를 맞아 좋은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0-3으로 완패했다. 볼 점유율 61%에 슈팅 수도 9개로 아르헨티나(8개)에 앞섰다. 프리킥도 아르헨티나의 두 배인 16번을 시도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국 크로아티아는 이번에는 4강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크로아티아에는 이반 페리시치(토트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호펜하임) 등 공격수가 있지만, 세계 최고 정상급 공격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2골을 넣은 크라마리치가 카타르 월드컵 크로아티아 최다 득점자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이상 5골) 등 4강에 오른 다른 팀 주요 공격수보다는 많이 뒤진다. 크로아티아는 4강전까지 6경기에서 6골에 그쳤다.
확실한 킬러는 없지만 크로아티아는 패배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조별리그를 1승2무로 통과한 뒤 16강에서 일본, 8강에서 브라질을 승부차기 끝에 이겨 4강까지 올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전부터 카타르 월드컵 8강전까지 다섯 차례 연장전을 치렀다. 한 번은 연장에서 이겼고 나머지 네 번은 승부차기 끝에 웃었다. 수비수 보르나 소사(24·슈투트가르트)는 8강에서 브라질을 꺾은 뒤 “아무도 우리와 경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며 “좋은 선수들과 강한 정신력을 가진 우리를 이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게 크로아티아 팀컬러”라고 전했다.
크로아티아 간판인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7)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월드컵 무대를 떠난다. 2012년부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모드리치는 2018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고 그해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2회 연속 4강이라는 성적표를 안고 월드컵과 작별한다.
독립 국가로서 크로아티아의 첫 번째 월드컵은 1998년 프랑스 대회였다. 구 유고슬라비아 체제에서 배출된 마지막 세대 스타 다보 수케르, 로베르트 프로시넥키, 즈보미니르 보반 등으로 팀을 꾸려 예상을 깨고 3위에 올랐다. 크로아티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잇따라 출전했고 2010년 남아공 대회는 건너뛴 뒤 2022년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뉴욕타임스는 “크로아티아의 거의 모든 젊은 선수들은 크로아티아의 위대한 클럽 두 곳인 디나모 자그레브, 하이두크 스플리트 중 한 곳에서 선수 생활 초기 시간을 보낸다”며 “국가대표팀 슬로건인 ‘가족’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 이상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달리치 감독은 “모드리치 등 베테랑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그들의 지혜를 어린 선수들에게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400만명 남짓한 크로아티아에는 좋은 축구 재목들이 많고 이들은 여전히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다. 작지만 강한 크로아티아 축구의 월드컵 기대감은 계속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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