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빠진 개정 교육과정 통과…‘들러리’된 국교위

이유진 2022. 12.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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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14일 6차 회의를 열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하고 표결 끝에 지난 6일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은 심의본 원안 거의 그대로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난해 4월 이미 개발을 시작한 탓에 과도기적으로 교육부 주도로 심의본을 만들고, 국교위에서 심의·의결한 뒤 이달 31일까지 교육부 장관이 고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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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6차 회의를 열어 표결 끝에 지난 6일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 원안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켰다. 심의본 상정 8일 만이며, 그동안 국교위 회의는 고작 세 차례 열렸다. 국교위가 ‘자유민주주의’를 추가하고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 등 표현을 삭제한 보수화된 교육과정에 형식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가 되고 말 것이라는 교육계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보건 과목에서는 ‘섹슈얼리티’ 용어가 추가로 삭제돼 원안보다 더 후퇴했다.

국교위는 14일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4시간 동안 심의 뒤 표결(12명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수정·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 20명 가운데 19명이 참석했으며 그중 3명은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며 회의 진행 방식에 반발해 중도 퇴장했다. 그러나 국교위는 표결을 그대로 진행했다. 국교위는 교육부 심의본 원안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되 보건 과목에서 ‘섹슈얼리티’ 용어를 추가로 삭제했다. 현행 교육과정에 있다 삭제돼 논란이 된 제주 4·3은 향후 역사 교과서를 편찬할 때 반영하기로 했다.

앞서 교육계에서는 국교위 심의 기간이 너무 짧고 친정부 성향 위원이 더 많은 탓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기보다 서둘러 표결로 의결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교위 한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소위원회 운영으로 (쟁점에)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져 좀 더 (합의를 위해) 노력할 수 있었음에도 졸속으로 표결을 강행한 것은 사회적 합의 기구라는 국교위의 설립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교위법 제15조는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올해 9월 27일 출범한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로 중장기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다. 국교위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가 국가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정해 고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난해 4월 이미 개발을 시작한 탓에 과도기적으로 교육부 주도로 심의본을 만들고, 국교위에서 심의·의결한 뒤 이달 31일까지 교육부 장관이 고시하기로 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초 1~2학년에, 2025년부터 초 3~4학년 및 중1·고1에, 2026년부터 초 5~6학년 및 중2·고2에, 2027년부터는 중3·고3에 연차적으로 적용된다.

교육부는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현장 기반의 교육과정 개정’ 추진을 공언했지만, 이념 편향 및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거듭됐다. 지난 9월 교육부는 국민참여소통채널 누리집에 접수된 의견을 바탕으로 “고교 한국사의 경우 교육과정 시안 편향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시안 찬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수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보수진영 의견을 ‘국민 여론’으로 호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역사·사회·도덕·보건 등 교과 공청회에서는 보수·종교 단체들이 몰려와 폭력 사태까지 일어났다. 교육부는 11월9일 연구진 동의 없이 역사와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하고, 사회과에서는 ‘성소수자’ 표현을 삭제하는 등 보수색이 짙은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공개했다. 이달 2일 역사과 교육과정심의회에서 이러한 행정예고안을 표결한 결과 심의위원 14명 중 13명이 ‘자유민주주의’ 표현 추가에 반대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일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일부 운영위원이 교육과정 수정안을 제출하고 표결을 요구했으나 위원장인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를 거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장 차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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