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왜…한국서 뺨 맞고 유럽선 알아서 앱장터 개방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2. 12. 1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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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새해 디지털시장법 시행에
애플 iOS 밖에서도 앱다운 허용
위반 시 글로벌매출 20% 과징금
한국서 불거진 수수료 과다계상에
최근 글로벌 가격정책 개선 발표
[사진 = 연합뉴스]
한국 업체들에 수수료를 과다청구한 의혹으로 결국 글로벌 수수료 정책 변경에 나선 애플이 이번엔 유럽연합(EU)의 신설 규제에 자사 앱장터 독점권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 앱장터(iOS)에 들어와서 앱을 깔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금의 독단적 운영 방식을 바꿔 유럽 이용자들에 한해 iOS 밖에서도 앱을 내려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술과 서비스 선점 효과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갑질 시비를 일으킨 미국의 빅테크들이 한국과 EU 등 선진시장에서 쏟아지는 규제와 반독점 조사 압박에 버티지 못하고 꼬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내년부터 EU 지역에서 자사의 앱장터를 통하지 않고 앱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플은 그간 EU와 미국 경쟁 당국의 지적에도 이용자들이 오로지 iOS 앱장터에서만 게임·음악 등 앱 설치가 가능하도록 폐쇄적인 앱장터 운영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는 열린 생태계를 표방하며 구글이 자체 앱장터(구글플레이)이 아닌 게임사 등 앱 개발사 자체 사이트에서 앱을 내려받도록 허용하는 행보와 대비되는 것으로, 애플은 보안이 검증된 iOS 앱장터에서만 앱이 관리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렇듯 경쟁 당국 압박에도 꿈쩍도하지 않았던 애플이 갑자기 태세 전환에 나선 이유는 바로 EU가 새해부터 시행하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IT 기업은 제3자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사용자가 설정도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해당 기업을 상대로 글로벌 연매출의 최대 20%까지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디지털시장법을 통해 다른 나라보다 공격적으로 애플의 앱장터 시장지배력을 해체하려는 EU의 공세에 애플이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이다.

앞서 애플은 한국에서 제기된 수수료 과다청구 의혹에 글로벌 수수료 정책을 개선키로 하는 등 각종 독과점·갑질 의혹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앞서 매일경제는 지난 9월 애플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결제수수료를 과다 계상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애플은 이례적으로 보도 두 달 뒤인 11월 잘못된 수수료 정책 개편을 약속했다. 뒤이어 지난 7일 앱장터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의 수수료 정책 개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국내 업체들이 무조건 달러로 디지털 재화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애플이 임의대로 현지 통화 환율을 적용해 결제토록 하던 방식을 바꿔 처음부터 달러 이 외에 현지 통화를 기준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또 앱장터 내 가격 책정 기준과 가격표도 보다 세분화해 앱장터 입주업체들의 가격 선택권을 확대시켰다.

애플과 더불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도 EU와 한국의 공세적 규제 압력에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를 통해 메타가 EU의 강화된 맞춤형 광고 규제 정책에 따라 유럽 이용자들을 상대로 맞춤형 광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디지털 활동에 따른 광고를 사용자가 수락하도록 요구하는 서비스 약관 자체를 차단하는 초강력 규제를 유럽 데이터보호이사회(EDPB)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 본사가 소재한 아일랜드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메타의 핵심 소셜미디어(SNS) 서비스에 개인정보 침해 문제로 최근 1년여 간 부과된 과징금은 무려 ‘9억 5000만 유로’(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하반기만 보더라도 인스타그램에는 13~17세 어린이들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에 미흡했다며 56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이, 페이스북에는 5억3300만명의 개인정보 일부가 해커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에 노출됐다며 37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개인정보 관리 소홀이 반복되는데다 맞춤형 광고의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EU의 염려가 커지면서 세계 최대 SNS 기업인 메타에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지난 9월 맞춤형 광고 관련 메타의 불법적 개인정보 처리 혐의를 포착하고 미국 본사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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