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데이트 코스에 ‘여기’ 추가…“감동극장 기대하세요”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2. 12. 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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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살풀이춤 이수 무형문화재
정성숙 신임 국립정동극장 대표
“한국 전통 해외경쟁력 충분
내년 극장 재건축 새로운 기회”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국립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이었던 원각사를 복원하기 위해 1995년 세워진 공공극장이다. 판소리, 민속무용 등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예술공연을 비롯해 판소리 명창 이동백의 창극, 이인직의 신연극 ‘은세계’ 등이 무대에 오른 역사적인 공간이다.

“국립정동극장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처럼 대형 공연장이 아닌 아담한 공간이지만 근대문화유산 1번지라 불릴 정도로 뜻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우리만이 갖고 있는 정동의 이야기, 정동극장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만난 정성숙 신임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64)는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면서 여러 분야 앞에 K-자가 붙고 있다”며 “우리의 전통음악으로 해외에 진출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인 그는 서울특별시, 문화재청 등지에서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강남문화재단 강남전통예술단 예술감독,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등을 거친 공연예술 분야 전문가다. 정 대표는 지난달 2일 제 9대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로 취임해 오는 2025년 11월까지 3년간의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북을 연주하지만 삼고무(三鼓舞)나 오고무, 칠고무처럼 다양하고 아름답게 치는 나라는 찾기 힘들어요. 장구 하나도 그냥 때리는 것이 아닌 기덕 등 가락과 리듬이 있죠. 전통음악이라 해도 우리가 보전해야하는 분야부터 ‘핫한’ 창작물까지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는 이달 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지켜내야 했던 문화유산에서 세계인이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된 것이라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예원학교 졸업생인 정 대표에게 정동길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학창시절 예술가로서 삶을 싹 틔우게 했던 곳이 정동이었는데 50년 뒤 이 장소에 돌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감회가 새롭다”는 소회를 밝혔다.

애정을 가졌던 정동이지만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해 찾은 국립정동극장은 외부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달랐다. “취임 직후 바라본 정동길은 은행잎이 마구 떨어지던 가슴 설레던 만추였죠. 그런데 막상 들어와보니 극장 재건축부터가 가장 큰 숙제에요. 공연 관계자가 쓰는 휴게시설부터 장애인 휠체어 리트프 등 곳곳이 노후화돼있고 열악해 오래된 고택에 가면 보이는 불편함이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국립정동극장은 전임자였던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임기 당시 재건축 사업이 결정돼 2024년 착공에 들어간다. 2026년 재개관을 목표로 600석 이상의 극장, 야외공연장 등이 갖춰진 공공극장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재건축은 새로운 도약이고 성장의 기회”라며 “정동의 역사에 걸맞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내년 국립정동극장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언제나 감동을 주는 극장’이다. 2030세대 중심이었던 관객을 남녀노소 온가족으로 넓히고 그들이 한 해 동안 어떤 공연을 보러 와도 감동받을 수 있는 공연들을 준비하자는 것이 목표다. 계수나무 아래 토끼가 뛰노는 주제의 ‘신년음악회’를 비롯해 뮤지컬 ‘비밀의 정원’, 차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정동다향’ 등을 새롭게 기획하고 있다. 올해부터 국립정동극장이 운영을 맡게 된 세실극장도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3년째 어려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전쟁에, 생활고에, 시위까지 희망적이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어두웠던 것들을 밝고 맑고 행복하게 가보자는 뜻을 모으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만난 정성숙 신임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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