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병' 염증성 장 질환, 서구화 식습관 탓 젊은 환자 급증

권대익 2022. 12. 1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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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 탄산음료 등 정크푸드 즐기면 노출 위험
'선진국 병'으로 불리는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사람이 급증하는 가운데 20~30대 환자가 39%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환자가 많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선진국형 질병'으로 불리는 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대표적이다. 발생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예방이나 완치도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의 환자가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리는 젊은이가 급증하고 있다. 20~30대 환자가 39%를 차지할 정도다.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스턴트 식품 과다 섭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감자튀김ㆍ탄산음료 등 정크푸드를 즐겨 먹을수록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다행히 조기 진단 기술이 개발되고, 다양한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겪지 않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환자가 늘고 있다.

곽민섭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염증성 장 질환을 알아본다.


◇진단 기술ㆍ조기 검사 늘면서 환자 증가

그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많지 않았던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궤양성 대장염은 10만 명당 8.0명, 크론병은 3.8명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육류ㆍ가공식품ㆍ인스턴트식품 섭취 증가와 면역력을 키우기 어려운 너무 깨끗한 환경이 면역체계에 이상 반응을 가져오는 것이 원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진단 기술 발전과 조기 검사가 늘면서 숨어 있던 환자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도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눈다. 이 두 질환은 증상이 서로 중첩돼 헷갈리기 쉽다. 우선 크론병은 설사·복통·체중 감소가 주요 증상이다. 설사·복통이 흔히 나타나지만 체중 감소는 거의 없어 같은 배앓이를 하더라도 체중 감소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이 주 증상이다. 염증이 직장(直腸)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발생하므로 출혈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항문 질환이 없는데도 혈변이 잦다면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크론병은 염증이 장벽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데다 발병 부위도 위·소장·대장 어디든지 발생한다. 영양을 흡수하는 위·소장 등에 염증이 있어 체중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직장과 대장에만 국한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며 증상이 나타난다. 항문 바로 위인 직장에서 염증이 시작해 천천히 위로 올라가 S상 결장, 하행 결장 등으로 옮겨간다. 일부 비전형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연속 패턴을 보인다.

반면 크론병은 그런 규칙성이 없이 발생한다. 소장ㆍ대장에만 생기거나, 식도 또는 위쪽에만 있기도 한다. 전장에 걸쳐 이렇게 비특이적이면서 만성적으로 진행된다.


◇생물학적 제제가 좋은 효과 거둬

염증성 장 질환은 다른 질환처럼 진단이 명료하지 않다. 환자가 증상을 말하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한 뒤 판단한다. 면역체계 이상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검사방법이 없어서다.

증상을 듣고, 대장 내시경검사·혈액검사·조직 검사 소견을 종합해 최종 진단을 한다. 증상이 명확하면 진단을 내리기 쉽지만 환자에게 평생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희소 난치성 질환이기에 신중하고 정확하게 판정해야 한다.

심지어 진단에 3개월 이상 걸리기도 하고, 크론병으로 진단받았다가 궤양성 대장염으로 바뀌기도 한다. 병이 깊어질수록 증상이 모호해 헷갈릴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증상이 모두 없어지는 관해(寬解)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환자 증상에 따라 모두 3단계로 구분하게 되는데, 단계에 따라 의사가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가며 약제를 투여한다.

염증성 장 질환의 기본 사용 약제는 5-ASA다.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관해 유도와 유지를 위해 사용한다. 스테로이드는 5-ASA만으로 효과가 부족하거나 증상이 중등도 이상이면 사용한다.

매우 효과적이지만 장기 사용시 부작용이 많아 급성기 단기간 치료를 목표로 사용한다. 면역 조절제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했던 환자에게 관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투여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몸 안에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TNF-α)의 기능을 차단한다. 1ㆍ2차 약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도 이상 환자에게 투여한다. 인프레시맵(상품명 레미케이드, 램시마 등)이 나와 있다.

인간 단백질과 더 유사한 아달리무맵(휴미라)과 타깃을 세분화한 약들도 출시됐다. TNF-α가 아닌 인테그린 같은 정밀하게 타깃을 공략하는 약이다. 하지만 정밀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연구 중이거나 임상에 들어간 약도 여러 개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쁘더라도 약제를 잘 복용하면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다.

또 병을 고치기 어렵다고 우울감에 빠지기 보다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설사와 복통, 체중 감소, 혈변이 특별한 원인 없이 3개월 간 반복되고 있다면 염증성 장 질환이 만성화한 것이기에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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