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인공태양,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이정호 기자 2022. 12. 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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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세계 첫 핵융합 ‘점화’
최근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을 일으켜 ‘점화’ 현상 구현에 성공한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실험 장치(왼쪽 사진). 올해 4월 프랑스 카다라슈에서 촬영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ITER 제공
리버모어 연구소, 레이저 실험
‘순에너지 1.5배 증가’에 성공
한국 등 7개국은 실험로 건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인 ‘핵융합’을 지구에서 구현할 실마리를 미국 연구기관이 잡았다. 핵융합은 탄소 배출이나 폐기물 걱정 없이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 방안이어서 인류의 에너지 역사에 대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CBS와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에 소재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과정에서 ‘순에너지 증가’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순에너지 증가란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산출됐다는 뜻이다. ‘점화’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이 현상이 안정적으로 나타나야 발전 등의 용도로 핵융합을 활용할 수 있다.

방우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점화 현상은 수소폭탄에서만 관찰됐다”며 “발전에 사용하기 위한 실험실 단위의 연구에서 점화를 구현한 건 지난 수십년간의 핵융합 연구 과정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핵분열 반대 원리, 에너지는 7배
방사성 폐기물 걱정 없는 친환경
상용화까진 최소 10년 이상 전망

핵융합은 태양과 같은 별들이 빛과 열을 뿜는 원천이다. 수소 같은 가벼운 물질의 원자핵이 초고온으로 가열돼 합쳐지면서 생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이용되는 핵분열은 핵융합과는 반대 원리다. 핵융합이 만드는 에너지는 핵분열보다 대략 7배 많다. 핵융합은 핵분열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내놓지 않는 게 큰 장점이다. 문제는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1억도라는 초고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진이 여기에 답을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은 1억도라는 고온을 만드는 ‘플라스마’라는 물질을 구현하고 이를 담을 견고한 ‘그릇’을 만들었다. 레이저 빔 192개를 발사해 만든 결과다.

연구진은 레이저를 발사해 깨알 크기의 금속 덩어리 내부에 든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초고온·초고압 상태로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연구를 해왔다. 결국 지난 5일 실험에서 2.05MJ(메가줄)을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산출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량이 약 1.5배 늘어난 것이다.

이번에 만들어낸 핵융합 에너지 크기는 물이 담긴 주전자 15~20개를 끓일 수 있는 정도로 추산된다.

과학계에선 레이저가 아닌 자기장으로 핵융합을 구현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주도해 진행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이 주인공이다.

ITER은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짓고 있다. 총 사업기간은 2007년부터 2042년이다. 건설에 117억유로(16조원)가 투입된다. 한국은 ‘KSTAR’이라는 핵융합 연구장치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자기장을 이용하는데, 무게만 1000t에 이르는 거대 시설물이다.

지난해에 여기서 1억도를 30초 연속으로 달성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과학계에선 300초 연속으로 1억도를 유지하면 핵융합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300초’ 도전 시점은 2026년이다.

그러나 어떤 핵융합 연구 방식도 실제 전력 생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방 교수는 “레이저로 핵융합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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