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실직 등 사회적 고립…집안일도 서툴러 ‘위기의 삶’
비자발적 1인 가구 환경
삶의 만족도 급격히 감소
저소득 중장년층도 확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상
사전 예방 방안 추진 필요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는 지난해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에 따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로 고독사 실태가 자세히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고독사 예방법은 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조를 받아 5년마다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예방 대책을 세워 실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50~60대 남성을 비롯한 1인 가구의 고독사 위험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고독사 발생 건수를 성별·연령대별로 보면 50대 남성이 90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남성이 860명으로 뒤를 이었다. 50~60대 중장년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복지부는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층일수록 많지만 고독사는 50~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5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부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함께 개최한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50~60대 남성이 겪는 사회적 고립이 시급한 문제로 제기됐다.
이혼과 실직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1인 가구가 된 이들은 가족관계는 물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까지 한꺼번에 단절돼 고립된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실태조사를 담당한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센터장은 “기존의 고독사 논의는 고령자 중심으로 다뤄졌지만 중장년층으로 연령대가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생한 3378건의 고독사에는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례 32건, 연령을 알 수 없는 사례 18건이 포함됐다. 사망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발견되면서 성별이나 연령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신이 훼손된 경우가 50건이나 됐다. 이런 신원 미상 사망자 비율은 2017년 6.5%(157건)에서 지난해 1.5%(50건)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고독사 발생 자체는 늘었지만 지자체마다 이 문제에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면서 사망 이후 발견까지의 기간이 다소 단축된 셈이다.
지난해 처음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고독사 대책은 지자체별로 달랐다. 전국 단위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기에 예방 정책을 수립하기도 어려웠다.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 연구’ 책임자인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개별 지자체가 고독사에 대한 서로 다른 정의를 내리는 등 통일된 행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1차 기본계획에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포괄적 대책을 중심으로, 고립 걱정 없는 다연결 사회에 대한 구상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독사 문제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회적 고립이라는 포괄적인 시각으로 보고 대처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고독사는 극단적으로 고립된 삶의 결과물이므로 이 문제 역시 극단적 고립을 맞이한 사람들을 찾고, 고립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안을 추진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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