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가도 닭뼈는 남는다

김윤주 2022. 12. 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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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컵, 축구 경기 보면서 치킨 먹고 남은 닭뼈.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외친 말입니다.

2000년 이들이 함께 국제지구권생물권연구(IGBP) 뉴스레터에 발표한 기고문이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첫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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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가 살고 있는 ‘인류세’ 지층에선 뭐가 나올까요?
A. 방사성 물질과 플라스틱, 닭 뼈가 나올 거예요.
닭은 한 해 650억마리가 도살된다. 인간이 먹기 좋게 개량돼 다리와 가슴이 커지는 등 과거의 닭과 전혀 다른 몸이 됐다. 클립아트코리아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컵, 축구 경기 보면서 치킨 먹고 남은 닭뼈. 이런 쓰레기가 지구에 어떻게 기록될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외친 말입니다.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 환경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지질시대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고생대, 중생대, 백악기, 쥐라기 등은 들어본 적 있죠? 지질시대는 누대-대-기-세-절로 나뉩니다. 인류세는 이 가운데 세에 해당하죠.

인류세는 아직 공식 인정된 용어는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지금은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해당합니다. 홀로세는 약 1만1700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지금을 인류세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에 홀로세와 구별되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1980년대에 미국의 생물학자인 유진 스토머가 비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했고, 파울 크뤼천이 널리 알렸습니다. 2000년 이들이 함께 국제지구권생물권연구(IGBP) 뉴스레터에 발표한 기고문이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첫 기록입니다. 이들은 인류가 지질과 생태에 미치는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이 용어가 필요하다고 봤죠. 지질시대를 공인하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국제층서위원회(ICS)는 2009년 인류세 워킹그룹(AWG)을 출범시키는 등 인류세 등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류세라고 봐야 할까요? 농경 시작, 산업혁명 등 다양한 주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1950년 전후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기후화학자 윌 스테픈을 중심으로 꾸려진 연구진이 2007년 발표한 논문의 영향입니다. 연구진은 17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이산화탄소 농도 등 지구 환경 변화를 파악할 12개 지표와 세계 인구 등 인간 활동에 관한 12개 지표 등 24개 지표를 그래프로 정리했습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그래프가 산업혁명부터 1950년 직전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이를 ‘거대한 가속’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산업혁명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봤던 크뤼천도 이 연구에 참여했고, 생각을 바꿨죠.

인류세의 증거로는 방사성 물질과 플라스틱, 닭뼈가 꼽힙니다. 1940년대 후반 잦은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고, 1945년에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죠. 미래의 지질학자는 현재 지구의 지층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인간이 만들어낸 플라스틱도 지층에서 발견되겠죠.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약 5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룡 뼈가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를 대표하는 화석이 된 것처럼, 닭뼈는 인류세를 대표하는 화석이 될 거예요. 닭은 한 해 약 650억마리가 도살될 정도로 전세계에서 흔하게 사육되고 소비되기 때문이죠. 특히 인간이 먹기 위해 품종을 개량하다 보니 과거보다 닭이 훨씬 커져 현대의 닭 뼈와 과거의 닭 뼈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소비하기 전에 ‘플라스틱 화석’, ‘치킨 화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기후변화 ‘쫌’ 아는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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