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반값”...불황 만난 가전업계 ‘박리다매’ 열풍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2. 12. 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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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시장 수요 줄어들자
가격 낮춘 가성비 가전 등장
[사진 = 연합뉴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가전업계에도 ‘가성비’가 사업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적은 이익이라도 많이 판매하자는 ‘박리다매’로 내년 가전 보릿고개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업체들은 가성비를 내세운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공기청정기 ‘에어로퍼니처’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54만9000원이다. 동급 모델인 에어로타워 가격이 99만9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이다.

공기정화 범위는 에어로퍼니처가 19.8㎡(제곱미터)로 에어로타워(18.4㎡)보다 오히려 넓다. LG전자는 불필요한 옵션을 빼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TV에만 집중하던 TV 시장에도 변화가 보인다. 출하가 42만9000원에 불과한 LG전자의 ‘룸앤TV’가 최근 ‘역주행’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룸앤TV는 설치와 이동이 편리한 스마트 TV 겸용 모니터다.

2020년 처음 출시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제품은 40만원대 가성비에 캠핑족들 입소문까지 더해져 올해 1~11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LG전자는 올해 기능을 더한 신제품도 내놨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가전업체 실적을 받쳐온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던 유럽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제품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3%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하이마트 등 대형가전 양판점에서도 가성비 가전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주광민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장은 “고물가로 가성비와 가심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소형 가전부터 TV, 냉장고 등 대형가전까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PB상품인 ‘하이메이드’도 잘 팔린다”고 전했다.

실제 최저 70만원대에 불과한 하이메이드 냉장고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작년보다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PC 판매량은 60% 증가했다.

여기에는 재고가 넘쳐나면서 우선 가격을 낮추더라도 재고를 털어야 한다는 가전업체의 전략도 반영됐다. LG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총 11조2071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7540억원)보다 14.9% 늘어났다.

이 때문에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가전제품 가격은 되레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올 3분기 LG전자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가전의 주요 원자재인 철강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21.3% 올랐지만, 에어컨 판매 가격은 같은 기간 8.5% 떨어졌다. 냉장고·세탁기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3.7% 오르는 데 그쳤다.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수요에 맞게 중소 가전업체 움직임도 분주하다. 위니아는 최근 이마트와 손잡고 99만원짜리 세탁기· 건조기 세트를 선보였다.

위니아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냉장고와 건조기, 에어컨 등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고 있다”며 “이마트 PB상품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대량 물량 계약으로 합리적인 가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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