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저출산 해결 임무중심 연구개발 체계 도입한다

이영애 기자 2022. 12.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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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 공개
과기정통부 제공

정부가 기후변화, 저출생·고령화, 재난·재해 등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임무중심 연구개발(R&D) 혁신체계를 도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과학기술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 목표와 기본방향을 담은 계획이다.

이번 5차 기본계획에는 이전에는 제시된 적 없는 임무중심 R&D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무중심 R&D는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재난·위기 등 국가의 경제·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인 임무와 달성 시한을 설정한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두고 탄소저감 기술이나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과 더불어 탄소중립 등 국가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R&D 전략 로드맵을 짜겠다는 계획이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수소, 차세대 통신, 첨단 모빌리티,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양자, 첨단로봇·제조, 사이버보안, 인공지능이다.

공동의 임무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범부처간은 물론 민간과의 협력도 확대된다. 투자 전략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범부처 통합 예산 배분·조정',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패스트 트랙'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전 과정에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국가 R&D의 성과는 결국 기업체에서 상용화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로드맵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수행·점검하는 R&D 전과정에서 민간과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35개 이행점검 지표와 목표를 제시했다.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을 2015~2019년 3.53%에서 2026년까지 4.8%로 늘리고, 삼극특허 수를 2019년 2057개에서 2027년까지 3500개로 늘리는 등이다. 삼극특허는 미국, 일본, 유럽 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특허로 국가별 특허의 질적 비교를 위해 사용되는 지표다. 세계적 수준의 전략기술 분야도 올해 기준 3개에서 2027년 8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학기술의 역할이 기술과 경제를 넘어 국민의 삶의 질, 국가의 안보, 지속가능한 지구까지 광범위하게 넓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제5차 기본계획에 담아 미래를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일문일답.

Q.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의 핵심은

"정부가 임무중심 R&D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R&D는 각 소관기관의 목표에 따라 진행했다면 이제는 국가적으로 추구해야 할 공통의 목표를 두고 이를 각 부처가 연계해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민간의 참여를 높이겠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기존에는 R&D 기획은 국가주도로 진행하되 간담회 정도를 통해 민간의 의견을 듣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기업이 원하는 방향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Q.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반응은 어떤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이전에는 국가적 임무가 자주 바뀌는 편이었다. 출연연 연구자 입장에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중점으로 하라고 하다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하는 등 전략이 계속 바뀐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유한 목표가 생겨서 좋다고 평가했다. 국가적 임무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도 동의했다.

또 연구자들이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정부에 설명하고 연구비를 받고자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해 어려운 점들이 있었는데 국가적 전략기술을 설정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는 장점도 있다."

Q. 전략기술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나

"국가에 필요한 산업을 미리 개발하는 것이다.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술도 있지만 산업적으로 당장 가치가 없더라도 국가 안보에 필요한 기술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인텔이 지난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간 미국은 반도체를 '언제든 구할 수 있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다가 이번 기회에 기술력을 갖출 필요성을 깨달은 셈이다. 이런 전략기술을 갖추는 것은 민간이 아닌 출연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과학기술 전략에 있어 한국의 방향성은

"과학기술 '대국'보다는 '강국'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위보다는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지금 월드컵 기간인데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나라들은 꼭 승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도 과학기술 철학을 가지고 타국에 모범이 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5차 기본계획에서 임무중심 R&D가 새로 도입돼 이 부분이 강조되기는 했지만 전체 계획을 들여다 보면 기초과학 연구나 장기 연구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숫자로 경쟁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이 다른 나라에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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