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격' 수사 막바지 … 文 향할까 멈출까
당시 외교안보 라인 모두 조사
유엔 연설에 미칠 파장 우려해
성급히 월북결론 낸걸로 판단
文 소환여부 놓고 막판 고심
피의자들 "文 연루되지 않아"
검찰이 14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함으로써 당시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한 핵심 관계자 전원을 조사함에 따라 이제 검찰이 '최종 윗선'이 누구였는지 지목하는 단계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환 당사자들이 일관되게 "문 전 대통령은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기 위한 검찰의 막판 스퍼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박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함으로써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된 고발인을 전원 소환했다. 지난 10월 13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처음 소환된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서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은 구속됐다 풀려난 상태이고,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구속됐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주석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도 최근 소환돼 조사받은 바 있다.
박 전 원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피격되자 다음날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지시를 받아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한 혐의로 지난 7월 국정원에서 고발됐다. 감사원은 박 전 원장이 서훈 전 실장에게 '보안 유지' 지침을 받은 뒤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첩보 보고서 46건을 삭제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검찰은 박 전 원장 지시가 노은채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실행됐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보안 유지 지침이 안보실 소속 행정관을 통해 국정원에 전파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앞서 서훈 전 실장이 구속됐고 그의 구속영장에 박 전 원장이 '공모 관계'로 표현된 만큼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은 또 서훈 전 실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당시 외교·안보라인이 문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영상 연설에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해 성급하게 월북 결론을 끼워 맞췄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씨가 피격된 다음날인 23일 새벽 1시 30분께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연설을 진행한 바 있다.
반면 서훈 전 실장 등은 당시 월북·실족·극단적 선택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했고 다양한 첩보를 종합해 검토한 결과 월북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최종 결정권자였던 문 전 대통령 소환조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간 소환해온 여러 관계자는 첩보 삭제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나 문 전 대통령이 그러한 지시를 내렸다는 부분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도 현 단계에서는 "서훈 전 실장이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 가능성을 아직 닫아놓지는 않은 분위기다. 특히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발표한 입장문에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핀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수용했다'는 표현을 썼지만 문 전 대통령 본인이 직접 정보를 듣고 판단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씨 유족이 이날 문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소하면서 명분상 문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검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며 문 전 대통령이 이씨 사망 전 서면보고를 받았음에도 즉시 북한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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