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 고교생 숨진채 발견…전문가들 "혼자 있는 상황 피해야"
"함께 아픔 나누는 '자조모임' 필요…증상 나타나면 상담 받아야"
(서울=뉴스1) 김규빈 한병찬 기자 = '이태원 참사' 때 절친 2명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것에 괴로워하던 고등학생이 숙박업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험자 대부분이 10~20대라는 점에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대한 우려가 컸던 터라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족 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가 심리적으로 취약한 10대와 20대에 집중된 만큼 또래 집단에 대한 심리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4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부상자 등을 토대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번 참사와 관련해 많게는 1만명이 직접적으로 트라우마를 입었다. 이태원 참사 당일 13만명이 몰렸고, 대다수가 젊은 층인 점을 고려하면 10~20대에서 전례없는 집단적 트라우마가 발생한 셈이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사망자(158명) 가운데 10대와 20대 사망자의 비율은 74%(118명)에 달한다.
현장에서 참극을 바라본 10~20대는 '1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또래 친구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슬픔 때문이다. 현장에 있지 않았어도 비슷한 연령대가 집단으로 참사를 당한 현실에 '2차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전날(13일) 오전 0시10분쯤 서울 마포구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채 발견된 10대 고등학생 A군도 이태원 참사 후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이 이태원 참사 당일 부상을 입은 것이 맞는지,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의 사회 재난을 겪은 후에는 누구에게나 일정 기간 심리적·신체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증세로는 공포, 절망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짜증 등이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트라우마 반응이 이어질 경우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혼자서 지내려는 행동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을 만나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라고 충고했다.
장한소리 한국외대 학생상담 센터장(한국외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조교수)은 "'혼자 있는 상황'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혼자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우울하고 불안해진 심리상태가 지속되면서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겪거나 목격했던 사건 그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 할 수 있을 때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상황을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심리 전문가로부터 심리적인 케어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회장)는 유가족, 생존 학생이 먼저 재난을 겪은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자조모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조모임이란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끼리 아픔과 정보를 공유하는 자발적인 모임을 말한다.
백 교수는 "이제는 유가족 등 트라우마에 취약한 집단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서 슬픔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시기에는 안타까운 일로 인해 더 괴로워할 수 있는 생존 학생의 가족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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