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후폭풍]④"대형 건설사도 예외 없다"…자금난 '촉각'

나원식 2022. 12.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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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서 부동산PF 부실화 우려 확산 '예의주시'
"재무적 대응력 중요성 증가…건설사 유동성 늘려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향후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주공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이 자금경색 등의 위기에 대응해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라도 부동산PF 등 자금 관리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예외 없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금조달 차질, 건설사 유동성 위기로 전이 위험"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최근 무디스와 함께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유동화 시장을 시작으로 건설사 자금 경색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자금조달 차질이 건설사 유동성 위험으로 급격하게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길호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세미나에서 '사업환경 악화 속, 국내기업의 신용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을 대표적인 수익성 저하 업종으로 꼽았다. 분양경기 저하와 원재료비 상승으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실장은 "회사채 PF 유동화증권 규모가 과중한 A급 건설사나 BBB 급 건설사가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도 건설사 발행이 현저히 감소하며 대부분 현금 상환이나 국책 기관 지원을 통한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위험이 확대한 만큼 재무적 대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BBB 급 건설사는 물론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A급 건설사 역시 대체 자금 조달 여부 등을 집중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건설사라도 채무 유형이나 규모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이 밖에도 건설사들의 자금난과 부동산 PF 부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건설업계 안팎에서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실장은 최근 '2023 주요 신용 위험 전망'을 통해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면서 부동산 PF의 부실화 위험이 확대하고 있다"며 "PF우발채무 부담이 높은 건설사 등의 경우 자금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지난 12일 발표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내년 상반기 중 건설업체 부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하면서 부동산 PF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데, 이런 상황이 개선하지 않으면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말 대규모 만기도래 '촉각'…건설사 사업 위축 불가피

건설업계에서는 당장 올해 연말부터 위기감이 빠르게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향후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주공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미분양 증가는 물론 부동산PF 등 금융권에서 나오던 자금줄이 막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제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PF 금융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되는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규모는 9조5000억원가량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에도 9조40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PF-ABCP와 건설사 발행 회사채 등에 대한 높은 경계감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부동산 시장 악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이 당분간 자금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은 이미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10월 전국 1만여 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이전에 비해 자금 운영이 악화했다고 답한 바 있다.

내년에는 분위기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건설사들도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데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둔촌주공이 완전히 실패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건설사들이 잘 될 곳과 안 될 곳을 더욱 보수적으로 가려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권에서도 사업성이 좋지 않은 지역에는 보증이나 대출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진 만큼 내년 사업 계획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PF금융을 해주는 금융사뿐 아니라 크고 작은 건설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기업들도 경기 침체 우려에 주머니를 닫고 있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유동성 관리 등 위기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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