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최첨단 패트리어트 미사일 보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금까지 원조한 무기 중에서 가장 첨단인 패트리어트(Patriot)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시스템을 곧 제공할 계획이라고, CNN 방송을 비롯한 미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빠르면 이번 주 내에 로이드 J 오스틴 3세 미 국방장관이 제공 요청서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래, 미국은 지금까지 2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했다. 미 언론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은 이 중에서도 가장 첨단무기라고 밝혔다.
미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 제공을 결심한 것은, 지난 10월10일 이후 러시아가 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 네트워크를 비롯해 사회간접시설을 집중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의 50%가 파괴됐고, ‘혹독한 겨울’을 피하려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연합(EU) 국가들로 또다시 유입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의지를 꺾고, 계속된 난민 유입이 초래하는 서방의 분열을 노린다.
◇우크라이나군, 러시아 미사일ㆍ드론의 80% 요격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 요격 능력은 80%가 넘는다. 지난 5일에도 70개의 러시아 미사일 중에서 10개만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뚫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防空網)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ㆍ무기들이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은 소련제 S-300 시스템과 부크(Buk) 중거리 요격 미사일 시스템이 주를 이룬다. 고갈되는 이 미사일과 부품을 구할 길도 없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인 유리 이그나트 소령은 “수백 기의 로켓이 우리에게 쏟아지고, 우리가 70~80%를 떨어뜨리면 우리 역시 방어 무기가 고갈되지 않겠느냐”고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말했다.
◇러시아는 ‘핵 알맹이’ 제거한 1980년대형(型) 핵(核)미사일까지 쏴
지난달 26일 영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핵탄두를 제거한 낡은 핵미사일까지 우크라이나에 쏘고 있다”고 밝혔다. 요격된 러시아 미사일을 보니, 1980년대에 설계된 낡은 핵미사일이었고 탄두 부분은 비었다는 것이다. 이런 미사일은 맞아도, 운동에너지에 의한 충격 외에는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군 당국도 최근 “러시아가 1970년대 처음 디자인된 X-55 핵(核) 크루즈미사일을 탄두를 빼고 쏘고 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가 이런 미사일을 쏘는 이유는 오로지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과 방어무기를 소진시키기 위해서다. 이그나트 소령은 FT에 “소련 시절에 만든 우리의 1970년대~1980년대 방어 미사일은 낡은 데다가, 적들은 이마저 매일 고갈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망 무너지면, 러시아 폭격기 과감한 폭격 시작”
우크라이나 정부는 더 이상 러시아제 요격미사일을 구할 수도 없는 데다가 서방 요격 미사일 시스템의 성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그동안 계속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의 제공을 미국에 강력히 요청했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서방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 능력을 확충하는 것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의 대공망이 무너지면 곧 중(重)폭격기들과 다목적 전투기들이 우크라이나의 전략 타깃과 최전선을 마음 놓고 중(中)고도에서 폭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그동안 방어용 무기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제공을 망설인 이유 중 하나는 이 미사일 시스템을 훈련 시키는 데 필요한 기간이 6개월이나 되기 때문이었다. 또 전쟁 초기엔 패트리어트의 가공할 요격 능력이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미 워싱턴 DC의 씽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인 마크 F 캔시언은 워싱턴포스트에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어트를 소화하는데 필요한 1,2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를 늘 우려했다”며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보강할 필요성이 워낙 커, 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제작하는 미 방산업체 레이시언 테크놀로지 측은 “압축하면, 숙지ㆍ훈련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세계에 15개 패트리어트 대대 운영
현재 PAC-3까지 다양한 종류(variants)로 계속 개발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종류에 따라 약 24㎞ 상공에서 20~160㎞ 범위의 탄도ㆍ순항미사일과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다.
한 미사일 포대가 8개의 발사대(launcher)로 구성되며, 최대 90명의 운용 병력이 필요하다. 또 각 발사대는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4~16기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대대 단위로 운용하도록 디자인돼, 미군은 모두 15개 패트리어트 대대를 보유하고 있고, 주로 유럽과 중동에 배치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도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어떤 종류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미사일의 제공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깊어지고 있는 강력한 신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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