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진게 맞나” 서울 아파트 사려면 한푼 안쓰고 17년
강북·강남 매매가격도 전월비 상승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하락
동탄 인덕원 영통 급매거래 영향
실거주 목적으로 서울 아파트를 알아보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연 7%에 달하는 대출 이자도 문제지만, 일반적인 매물 가격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기대를 안고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내년 시장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금리 인상 기조와 급매물 위주의 하락거래로 서울 곳곳에서 집값 하락장이 나타나고 있지만,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여전히 평균 12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8220만원으로, 전월(12억6629만원) 대비 1591만원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중위가격)은 10억5667만원이었다.
앞서 9월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 비율(PIR·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은 3분위 소득·3분위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17.64로 나타났다. 중위소득 가구가 17년 6개월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두 모았을 때 지역 내 중간 가격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강북 14개구와 강남 11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전월보다 상승했다. 강북 14개구의 11월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9억9576만원)보다 1066만원 오른 10억642만원,강남 11개구는 전월(15억1456만원) 대비 1643만원 상승한 15억3099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반적인 집값 하락세에도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오른 것은 KB부동산이 조사 표본을 확대하면서 고가 아파트들이 11월 통계부터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KB부동산은 지난 11월부터 표본 조사 지역을 전국 152개 시·군·구에서 240개로 확대했다.
표본 수도 기존 3만2000가구에서 6만2000가구로 대폭 늘렸다.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고가 아파트들이 표본에 새롭게 포함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던 아파트의 가격이 통계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6억2750만원(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으로, 10월(7억3768만원)에 비해 1억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화성 동탄이나 안양 인덕원, 수원 영통, 인천 송도 등 급등한 지역 위주의 ‘급매거래’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화성시 목동 힐스테이트동탄 전용 84㎡는 지난달 18일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 9억6500만원보다 3억85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6억원에 거래됐는데, 해당 아파트는 같은 평형이 지난 8월에 6억6000만원에 거래 됐을때만해도 ‘초급매’라며 화제가 됐던 단지다.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의 광교더샵 전용 91㎡도 지난 15일 11억원에 거래됐다. 최고가 14억9000만원보다 4억원 가까이 하락했는데, 연중 최저가 수준이다.
중위가격이 급락한 것은 이처럼 중위가격을 급격하게 끌어내리는 실거래가 많아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출을 과도하게 끌어 집을 샀던 젊은 영끌족의 물건이 버티다 못해 급매로 팔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입주 물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 집을 사지 못한 젊은 매수자들이 수도권에 집을 사면서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쓴 상황이다 보니 내릴 때 크게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금리로 인한 변동성 쇼크라고 보이는데, 금리처럼 가격 변동에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충격을 받으면 부동산 가격이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조금 견디다 충격이 누적된 이후 지금처럼 시장에서 크게 반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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