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병사’ 로 전쟁터서 소비돼도… ‘인간보다 인간답던’ 피노키오

이정우 기자 2022. 12.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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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가지 '피노키오' 중 단 하나의 '피노키오'.

9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사진)는 델 토로의 취향이 듬뿍 담겼다.

피노키오가 인간으로 변하는 여타 버전의 '피노키오'와 달리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목각인형 모습을 유지한 채 자신만의 인간다움으로 주변을 변화시킨다.

델 토로는 "피노키오가 착해져서 진짜 소년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피노키오가 자신의 순수성으로 주변 사람을 바꾸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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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아날로그 스톱모션 형식 애니

제2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배경

집단폭력 속 개인 순수성 강조

수십 가지 ‘피노키오’ 중 단 하나의 ‘피노키오’. 9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사진)는 델 토로의 취향이 듬뿍 담겼다.

기괴한 모습의 괴물에 가까운 다양한 생명체(크리처)가 나오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따스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피노키오를 비롯한 모든 캐릭터가 인형으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인형으로 만든 인형의 판타지인 셈. 11일부터 13일 현재까지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 중이다.

영화는 ‘헬보이’(2004),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 ‘셰이프 오브 워터’(2018) 등에 나타난 델 토로의 취향이 가득하다. 우선 주인공 피노키오의 모습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피노키오의 매끈한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소나무의 질감을 살려 목각인형 특유의 날것 느낌을 준다.

내레이션을 맡은 푸른 귀뚜라미 크리켓, 애꾸눈 원숭이 스파자투라, 피노키오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푸른 요정, 피노키오와 아버지 제페토를 삼킨 거대한 물고기 등은 꿈과 희망을 주는 동화에 등장하기엔 저마다 괴상하다. 악마의 자식 ‘헬보이’는 지구를 지키고, ‘셰이프 오브 워터’의 ‘괴생명체’는 아름다운 사랑을 했던 것처럼, ‘피노키오’ 속 생명체들은 괴상한 외형과 달리 따스한 마음을 가졌다.

배경을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판치던 2차 세계대전의 이탈리아로 설정한 것도 흥미롭다. 인형이라 죽지 않는 피노키오는 ‘최고의 병사’로 칭해지며 전쟁터에서 소비되지만, 따스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전작 ‘판의 미로’가 스페인 프랑코 독재 정권을 배경으로 한 것처럼 ‘피노키오’는 무력을 앞세운 정권, 집단에도 잃지 않는 개인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사회적으로 획일화된 어른이 실은 괴물임을 드러낸다.

피노키오가 인간으로 변하는 여타 버전의 ‘피노키오’와 달리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목각인형 모습을 유지한 채 자신만의 인간다움으로 주변을 변화시킨다. 아들 카를로를 잃고 방황하던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진짜 아들로 인정하고, 악당 볼페 백작의 수족 노릇을 하던 원숭이 스파자투라는 선한 본성을 되찾는다.

관찰자였던 귀뚜라미 크리켓이 피노키오에게 배운 긍정의 가치관을 외치는 대목은 감동적이다. 델 토로는 “피노키오가 착해져서 진짜 소년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피노키오가 자신의 순수성으로 주변 사람을 바꾸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방식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인형이 생명력을 얻고, 인간과 함께 어우러지게 된다는 피노키오의 판타지를 인형극으로 구현해낸 것. 스파자투라로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은 “모든 캐릭터에 기예르모의 관점, 기예르모의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크리스토프 발츠, 이완 맥그리거, 틸타 스윈턴 등 화려한 목소리 출연진을 자랑한다. 내년 1월에 열리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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