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스토리테크 원조가 되려 했을까

이균성 논설위원 2022. 12. 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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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원천 스토리의 寶庫를 만들다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스토리테크(Storytech)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다. 전통 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하고, 기술이 혁신의 지렛대가 되면서, 핀테크나 에듀테크처럼 테크 합성어를 만들지 않고는 세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지만, 스토리테크라는 용어는 솔직하게 처음 들어봤다. 프랑스의 한 대학원이 네이버의 웹툰 사업을 혁신 사례로 선정해 경영학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짧은 뉴스를 통해서다.

이 대학원이 발간한 교재엔 네이버가 어떻게 웹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1위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 등극했는지를 분석한 내용이 실려 있다고 한다. 해당 기사는 단신이지만, 스토리테크란 용어는 왠지 모르게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스토리)에 기술이 가장 많이 융합된 것은 아마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일 터인데 이를 스토리테크라고 부르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스토리에 기반한 창작물이고 그것의 인터넷 유통 채널인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Over The Top)의 경우 완벽하게 스토리와 기술의 융합으로 생긴 새로운 산업이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스토리테크란 말을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유독 웹툰(웹소설 포함)에 대해서만 그 말을 쓰는 것일까. 네이버가 이 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짐작해볼 수 있다.

네이버웹툰

네이버에 확인해보니 진짜 그랬다. 그렇다면 왜 네이버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을까. 아마도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지금까지는 세상에 없었기 때문 아닐까. 그 일이 단지 웹툰과 웹소설로 끝난다면 스토리테크란 말은 불필요했을 수도 있다. 웹툰과 웹소설로 충분할 테니까. 그러므로 스토리테크는 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스토리 기반 전체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7년 전에 웹툰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발족하고 이태 뒤에 이를 별도 회사로 분리할 때까지만 해도 사실 스토리 기반의 산업에서 큰 지분을 갖지 못했었다.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애니메이션나 게임을 잘 하는 다른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화나 소설의 경우 다른 스토리 산업과 달리 창작자가 주로 개인이고 집단이라 해도 소규모여서 대기업이 나서기에는 뭔가 부족해보였었다.

네이버가 비집고 들어가 돌파할 기회는 그런데 그 부족함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종의 역발상이지만 사실은 진실에 접근한 것이다. 스토리의 원천은 작고 소소한 개인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을 크게 모을 그릇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게 원천 스토리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스토리가 시작되는 곳. 7년 전 네이버가 웹툰과 웹소설을 시작할 때 모토가 그랬을 것 같다.

프랑스 한 대학원이 경영 교재로 쓸 만큼 이런 생각은 적중한 듯하다. 네이버 웹툰(웹소설)은 독립 5년 만에 글로벌로 작가 600만 명이 활동하는 무대가 됐으며, 누적 작품 수만 10억 개가 넘고, 매월 1억8천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연간 거래액은 2017년 약 2천400억 원 수준에서 2021년 1조500억 원으로 커졌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지표들 또한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 5년의 성장보다 다가올 5년의 성장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는 가 봐야 알 일이긴 하지만 네이버가 여기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년간 태피툰(334억원) 왓패드(6500억원) 문피아(1082억원) 이북이니셔티브재팬(2000억원) 등 이 분야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 및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최소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글로벌 사업구도를 재편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스토리테크 비즈니스의 본진으로 삼고, 그 밑에 네이버웹툰(한국) 라인디털프론티어(LDF.일본) 네이버웹툰컴퍼니(중국) 등의 지역법인을 두는 체제다. 웹툰은 한국에서 출발하고 성공시킨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스토리테크 원조기업’이란 상징성과 확장성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바로 입성하려는 전략을 가진 듯이.

웹툰 IP를 기반으로 영화 애니 드라마 등 영상 비즈니스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LDF는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일본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재팬 JV'를 설립했다. 네이버웹툰은 일본 지상파 방송국 TBS 및 웹툰 제작사 샤인파트너스와 함께 '스튜디오 툰'을 만들었다.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와 애니의 흥행을 이끌 원천 스토리의 보고(寶庫)임이 입증하는 후속 행보다.

이 판의 변화를 지켜보는 게 더 흥미로운 까닭은 네이버의 스토리테크 최대 경쟁자를 꼽으라면 그게 카카오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도 타파스(웹툰), 래디쉬(웹소설), 우시아월드(웹소설) 등을 인수하는 데 1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웹툰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영상 스토리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터여서, 한국산 스토리테크에 눈길이 확 끌린 모양이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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