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니콜라스라는 이름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2022. 12. 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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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유럽의 정 중앙인 체코의 프라하에는 두 개의 '성 니콜라스 성당'이 있다. 하나는 구도심에, 또 하나의 '성 니콜라스 성당'은 말로스트란스케 동네에 있다. 이 성당은 필자가 경험해 본 것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당이다.

체코를 포함한 중동부 유럽의 유목민족들은 5세기경 서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이후 9세기 무렵 프라하를 중심으로 옛 로마제국의 크리스트교를 계승해 신성로마제국을 설립했다. 신성로마제국은 19세기 초까지 이어지면서 오늘날 유럽의 지형을 가져왔다. 체코는 유목민족이라는 정치적 종교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크리스트교 중심의 성당과 다양한 크리스트교 세레모니를 광범위하게 펼쳤다.

성 니콜라스 성당은 1283년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1700년대에 이탈리아의 건축가 지오반니 도미니코 오르시(Giovanni Domenico Orsi)의 설계로 재건축 됐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거의 100년이 소요됐으며, 오롯이 성당의 인테리어를 위한 마지막 20년은 황금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보여 준다. 바티칸 대성당과 베르사이유 궁전을 압도하는 바로크 장식의 극치다.

성당의 외관은 지극히 평범해 '설마'하며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이 억울한 느낌이 들 정도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성당의 내부는 실로 엄청나다. 79m 높이의 돔과 황금장의 예배단,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조각의 정교함이 현실의 세계로 뛰쳐나올 것 같다. 내부 높이 57m 지름 20m의 돔 천정의 프란츠 팔코(Franz Palko)가 그린 프레스코화의 하늘은 내부에서 바라보면 실제 어떤 인물이 승천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킨다.

승천하는 그 인물은 누구일까. 그가 바로 니콜라스이다. 그는 270년 무렵 터키에서 태어나 크리스트교 성직자가 됐다. 종교박해로 인해 고문과 투옥 중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를 만나는 체험을 하고, 그 후 창녀, 죄수 등의 사회적 약자와 어린이를 돌보는 약자의 성인이 됐다.

사후 그의 유해를 이전해 세운 예배당에서 많은 기적이 일어나고 니콜라스는 성인으로 추대됐다. 성인은 초대교회 시기부터 크리스트교의 복음화에 기여한 사람들, 순교자들 등을 공경해 지금도 성당과 교회를 수호하는 수호성인(또는 주보성인)으로 섬겨 진다. 우리나라 개신교에서는 성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등은 공식화하고 있다.

어찌됐든 성인으로 인정받은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를 수호성인으로 하는 성당들이 많이 생겼다. 김대건 신부와 관련이 깊은 마카오의 성 니콜라스 성당, 독일 함부르크의 높이 147m의 성 니콜라스 성당,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대도시와 러시아 등에 '성 니콜라스'라는 이름의 성당이 건축됐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 마포 아현동에 있는 정교회 주교좌 성당인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이다. 정교회인 이곳은 우리 구한말의 역사와 관계 깊다. 정교회 선교의 목적으로 성당 설계도까지 나왔으나 러일전쟁과 한일합병으로 인해 이루지 못하고 명목만 유지하게 된다. 그러다 6·25전쟁 때 유엔군으로 참전한 그리스군 종군신부의 노력으로 정교회가 재건되고 러시아공관 시절의 정동에서 아현동으로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이전을 한다.

1968년 경희대학교 조창한 교수는 돔 지붕과 돔을 지탱하는 4개의 아치를 중심으로 성당의 천정을 설계했고, 1990년대에 아테네대학의 미술대학 교수팀이 성당의 벽화과 돔을 성화로 가득 채워 지금의 화려한 성당으로 변신했다.

또 있다.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이며 통칭 성 니콜라 대성당이라 한다. 이곳은 서울시청 건너 편 덕수궁과 동쪽 담을 나란히 하고 있다. 1890년대부터 시작된 성공회 선교는 성당 건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1911년 영국왕립건축가 아서 딕슨(Arthur Dixon)의 설계도를 1992년 건축가 김원이 영국의 도서관에서 찾아내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이 건축물은 1988년 세계의 건축가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선정됐다.

니콜라스의 축일은 네덜란드에서 신터 클레스(Sinter Claes)로 불렸다. 미국의 네덜란드 이민자에 의해 크리스마스에 지금의 산타 클로스가 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의 사랑과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성 니콜라스는 약자를 위한 성인이다. 1914년 세계1차대전 중 영국과 독일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하루 휴전을 하고 선물 교환과 축구를 했다고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이다. 전쟁 속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찾아올 크리스마스와 산타의 선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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