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반대 장제원 아들, 내 아들과 같이죽었으면 했다" 격앙된 이태원 유족協 기자회견
"부작위 살인" 꺼낸 故이지한 모친, 張 아들 연결 비난…"尹 직접 주체있는 사과하라"
"세월호 정쟁 소비" "이상민 해임 갑툭튀" 권성동·정진석에도 "망언"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일부 유가족들이 13일 국회를 찾아 '예산안 처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현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대치 중인 국민의힘을 향해 '국조특위 즉시 복귀'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 있는 사과'를 하라며 사실상 대형참사 책임 선(先) 인정을 촉구하거나, 여권 인사들을 '막말 주체'로 지목하기도 했다. 여야 간 국조 합의를 반대한 친윤(親윤석열)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 '아들 사망'을 가정한 수위 높은 발언도 쏟아졌다.
이태원 압사 희생자 158명 중 97명의 유가족이 참여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우 고(故) 이지한씨 부친 이종철씨는 협의회 대표로서 발언에 나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조특위 위원들은 더 이상의 쇼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종철씨는 "11일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위원 7명이 전원 사퇴를 선언했고 16일로 예정되던 국정조사가 파행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조속히 특위로 원대복귀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고 했다.
또 1차 기한 45일로 합의된 국조 실시에 관해 "책임자만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라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참사 이후 정부가 희생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및 재발 방지 안전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라며 "성역없이 충분한 기간을 갖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출범한 유가족 협의회는 윤 대통령의 사과, 정쟁을 배제한 진실 규명, 철저한 책임자 처벌, 유가족 소통공간과 추모공간 마련, 희생자 2차 가해 적극대처 등을 요구해왔다. 협의회 구성 전부터도 민변 등과 함께 '이 장관을 파면하고 윤희근 경찰청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을 수사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이지한씨 모친인 조미은씨는 앞서 이 장관 등을 향해 "망언을 일삼는 그들을 보면 숨쉴 수가 없다"며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는 물론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날은 이태원 국조를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라고 말한 장제원 의원을 향해 "당신의 아들이 희생자에 포함돼있었어도 국조에 반대했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의 아들 장용준씨는 래퍼 '노엘'로 활동해왔다. 조미은씨는 "같은 부모로서 어떻게 그런 무서운 말을 방송에서 제가 들을 수 있느냐"며 "'같이 죽었으면' 했다. 당신의 아들과 내 아들이 같은 골목에서 죽었으면 국정조사를 반대했을까. 특검도 마다하지 않고 탄핵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격앙된 발언을 했다.
아울러 조씨는 "대통령이 직접 유가족에게 와서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며 "그동안 사과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사과는 주어가 없었다. 주체가 없는 사과였기 때문에 사과하라고 계속 말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故 박가영씨 어머니도 장 의원을 겨냥 "당신의 아들은 살아있다고 안심되시나. 안심하지 말라. 당신이 이 나라에 정치인으로 있는데 어떻게 안전하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새끼 잃은 어미는 절규한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가족 협의회와 비슷한 시기 출범한 시민단체 중심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를 두고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성토 대상이 됐다.
故 이주영씨의 부친이자 협의회 부대표인 이정민씨는 "권성동 의원의 '세월호의 길을 가지 말라'거나, 이태원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정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깊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당에 면담요청과 함께 "공문을 발송할 테니 최근의 막말이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전해달라"고 했다.
최근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권 단독으로 처리된 국회 본회의에서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만 있던 게 아니다. 직선거리로 무려 300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며 압사 외 마약 등 사인(死因) 의심 발언을 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족 측은 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갑툭튀'라고 표현한 것을 '망언'으로 규정했다. 지난 5월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직에 임명 직후 과거 발언 논란에 사퇴한 김성회씨가 SNS에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걸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냐"고 쓴 것을 여권 책임으로 묻기도 했다.
한편 유가족 협의회는 오는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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