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준공영방송, YTN의 운명은?

김영화 기자 2022. 12. 1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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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YTN 지분이 시장에 나왔다. 기재부의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디어 정책에 대한 토론이 실종된 상태에서 준공영방송이 사영화될 위기에 처했다.
YTN 노조와 한전KDN 노조가 11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YTN 사영화 저지 입법’을 촉구했다. ⓒ시사IN 신선영

정치적 독립일까, 정치적 장악일까. 공기업이 가지고 있던 YTN 지분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에 사주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11월11일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의 일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방만하게 운영되어온 공공기관을 혁신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1%를 매각하겠다는 안이 포함되었다. 고유 업무와 무관하다는 게 이유다.

YTN은 민간기업이지만 준공영방송으로 분류된다. KBS(한국방송공사)나 MBC(방송문화진흥회가 70% 소유)와 달리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 등 공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유 업무와 무관한’ 공기업이 어쩌다 YTN 지분을 갖게 됐을까? 1997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영난으로 위기를 겪던 YTN은 증자에 나선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외에 담배인삼공사(현 KT&G)와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등 공기업이 증자에 참여했다. 현재 YTN이 가진 공적 소유 구조는 이때 만들어졌다.

정부가 방송을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방식은 양날의 칼이었다. 경제위기 속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지켰지만, 언제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YTN 내부에선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벌어진다. 6명이 해고되고 30여 명이 징계를 받았다. 파업이 한창이던 2008년 8월, 당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YTN 공기업 지분을 모두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 이유였다.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구성원들이 ‘낙하산 사장’에 반대해 파업할 때마다 (정부가) YTN을 압박하던 수단이 민영화였다”라고 말했다.

번번이 검토에 그치던 YTN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었다. 11월23일 YTN 최대주주인 한전KDN이 이사회를 열고 25년간 보유하던 주식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기재부 계획안이 나온 지 13일 만이었다.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관행을 깨고 찬성 4표·반대 1표·기권 2표로 의결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졸속 매각”이라며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이 팔아버리고 싶은 것은 YTN의 공정방송 시스템이다. 과거처럼 전화 몇 통으로 보도를 주무를 수 없으니 아예 자본을 넘겨 해체해버리겠다는 심산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다.”

정치적 독립인가, 정치적 장악인가

공기업이 대주주로 있으면 보도의 공정성이 보장될까? 흔히 언론사의 공적 소유 구조는 정치적 개입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위원은 11월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노조 YTN지부를 직격했다. “정부가 YTN에 간섭과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 그 근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어느 역대 정권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반대하는 것은 민노총 언론노조가 YTN을 장악해서 호의호식하고 싶은 것 같다. 이번 매각 조치에 대해서 환영해야 할 당사자들이 오히려 정부의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제2노조인 YTN 방송노동조합도 민영화를 ‘YTN의 정상화’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번 매각 결정을 언론의 ‘정치적 독립’ 차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YTN 구성원들은 민간자본이 최대주주가 되면 보도국 독립을 위해 만들어온 ‘제도적 장치’들이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도국장 임명·해임 때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고(보도국장 임면동의제), 보도 결정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보도국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등이 단체협약에 자리 잡았다. “언론사의 공기업 지분이 공정방송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YTN의 역사가 처절하게 증명한다. 입맛에 맞게 보도하라는 권력의 강요는 수도 없이 받았다. ‘낙하산 사장’이 오더라도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해직·징계 사태를 겪었다. YTN이 민간자본에 넘어가면 우리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고한석 지부장의 말이다.

국민의힘은 YTN 보도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지난 대선 기간에 YTN은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두 차례 ‘항의 방문’을 받는다. 첫 번째는 2021년 11월18일 국민의힘 의원 3명(박성중·정희용·홍석준)의 방문이었다. 이들은 YTN 뉴스 프로그램 〈뉴스가 있는 저녁(뉴있저)〉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보도 방식이 일방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13일에는 박성중·홍석준 의원이 YTN을 다시 찾았다. YTN 〈돌발영상〉과 ‘뉴있저’ 모니터링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열두 번 비판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두 번 비판한 점을 들었다. 박성중 의원은 11월18일 YTN 지분 매각 필요성을 거론하며 YTN 보도를 정조준했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리고 친노조·친민주당 세력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YTN 보도는 정파적이었나? 고한석 지부장은 보도에 대한 판단은 YTN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지, 누구의 압박을 받은 결과가 아니라고 말했다. 대선 기간 민주당의 항의 방문도 있었다. 지난 1월29일 박찬대·박성준·장경태·전용기·홍정민·김남국 의원이 YTN 본사를 찾아 ‘대장동 녹취록’에 윤석열 후보가 언급됐다는 보도가 왜 보류되었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YTN지부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런 식으로 헛된 위력 과시를 하지 말라고 제도와 절차에 따른 심의 기능이 있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YTN 소속 취재기자 A씨는 대선 보도에 대한 논쟁이 사내 위원회인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차원에서 있었다고 전했다. “매체의 역할에 대해 기계적 중립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적극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일부 보도에 대해선 ‘민주당 측 의견에 치우쳤다’ ‘검찰발 보도를 받아쓰기 했다’ 같은 지적도 나왔다.” ‘윗선’의 보도 개입이라기보다는 언론관의 차이라는 이야기다. A씨는 “사영화가 되면 이마저도 배부른 토론이 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YTN이 이 같은 공정방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 민영자본에 넘어가더라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18일 YTN 지분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언론의 자유가 필요한데 정부가 (공기업에) YTN을 팔라고 한다’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공기업들이 YTN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대주주가 누구든 간에 공정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사명이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이 공정 보도를 해야 한다는 건 지극히 원론적인 말이지만 그조차도 이루어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민간이 소유한 언론사인 경우엔 더 심각하다. 소유주의 의지대로 사장과 보도국이 결정될 수 있는 구조인데 개입을 제어할 방안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공적 소유 구조 아래에선 이사회를 통해 시민사회 요구가 개입될 수 있는 ‘틈’이 있지만, 민간으로 넘어가면 그 틈마저 사라진다는 얘기다. YTN 구성원들은 상시적 구조조정과 상업화, 보도 개입 등을 우려했다.

현재 한국경제와 호반건설, 동화그룹 등이 YTN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서울신문)과 동화그룹(한국일보) 둘 다 신문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한국경제는 2년 전 YTN 인수 의사를 밝힌 후 YTN 주식 보유율을 5%까지 늘려왔다. 이들이 YTN 인수전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YTN은 24시간 뉴스채널 외에도 지상파 라디오·DMB 사업자인 동시에 서울 상암동 본사와 남산 서울타워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분은 대개 시장가보다 값싼 가격에 매각될 여지가 크다. 매수자 입장에선 이윤의 측면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뿐더러 ‘24시간 보도채널’이라는 독점적 사업에 진입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현 정부에는 미디어 정책이 없다는 뜻”

신문사가 방송사까지 겸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09년 미디어법 개정 논란이 거론된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미디어법 개정을 강행했다. 그 결과 지금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이 생겨났다. 정준희 교수는 이 과정이 이명박 정부에서 상당히 ‘노력해서 만든’ 미디어 정책에 근거해 펼쳐졌다는 데 주목한다. “당시 보수 정권은 신문·방송 교차 소유 규제를 완화하려고 했다. 미디어법 개정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YTN의 경우 별도의 승인 과정이나 법적 개정 없이 보도전문채널을 민간에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현 정부에는 미디어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거다.”

정 교수의 지적대로 이번 YTN 지분 매각은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는 무관하다. 기재부의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언론의 공적 소유 구조가 무조건 지켜야 할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공기업 경영에 해가 된다면 민간에 매각할 수 있다. 다만 한정 자원인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자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했다.” 공공기관이 언론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 수익 목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유주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데 더 가깝기 때문이다. 2010년 당시 보도전문채널 승인 때도 공공성이 고려됐다. 사업을 신청한 5개 법인(서울신문, 머니투데이, 연합뉴스, 헤럴드미디어, CBS) 중 공적 소유 구조를 가진 연합뉴스만 통과되었다.

YTN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전KDN은 내년 4월까지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9월 중 매각 체결을 계획하고 있다. 정작 한전KDN 노동조합은 반발하고 있다. “한전KDN은 지속적인 흑자 기업으로, 향후 회사의 미래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우호 지분을 급하게 헐값 매각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는 이유다. 공기업 지분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이뤄졌는지, 매각 절차가 투명했는지를 두고 향후 배임이나 업무방해 등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도 있다. 최종 승인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맡는다. 방송사업자의 최다액 출자자가 변경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권을 지닌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임기가 내년 9월 시작된다. 한전KDN이 매각 체결을 계획한 시점이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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