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92] 자유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

김규나 소설가 2022. 12.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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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내키면 치겠소. 마음이 내키면 말이오. 당신이 바라는 만큼 일은 해주겠소. 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산투르 말인데, 그건 달라요. 마음이 내켜야 하지.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나한테 억지로 시키면 그때는 끝장이오.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거요.”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인간이 된다는 건 바로 그거요. 자유로워진다는 것.”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2024년부터 적용될 역사 교과서에 ‘자유’가 돌아온다. 새 교육 과정 심의회에서 역사과 연구진 17명 전원과 심사위원 14명 중 13명이 ‘자유’라는 용어 사용을 반대했지만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두 표현을 병행하기로 결정, 2018년 이후 사라진 ‘자유’를 겨우 되살려냈다. 이에 초·중·고 역사 담당 교사 1191명이 ‘자유’를 빼라며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진보 진영에 자유란 ‘불평등한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반면 민주주의는 굶어도 같이 굶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 하는 ‘평등한 인민’을 대표하는 이념이다. 하지만 불평등을 다른 말로 하면 ‘차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유주의가 사라지면 힘 가진 자, 그들을 지지한다고 포장된 대중과 생각이 다른 소수는 침묵해야 한다.

소설 문학의 대표 자유인, 조르바는 자유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르바에 따르면 ‘산다는 건 감옥살이나 종신형’처럼 고역스러운 일이지만 인간의 영혼만은 한없이 자유로운 것이어서 어디에도 가둘 수 없고 그 누구도 지배해선 안 되는 것이다.

자유라는 말과 글자를 감추고 그 이름과 의미를 가르치지 않으면 인간은 자유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 있는 줄 모르면 욕망할 수 없고, 갖고 싶지 않으면 갖지 못한 것을 불평할 일도 없다.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자유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자유만 허락한다. 두 눈 부릅뜨고 지키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 빼앗기는 것, 그것이 인간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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