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정장 구두는 발에 쓰는 ‘히잡’인가
무례함 이유 취재 제한은 치졸
권세 앞 기 눌린다면 직필 불가
권력은 ‘경청의 여유’가 있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응은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보단 의연했다.
해당 기자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정부 4개 정권에서 청와대·대통령실을 담당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샤우팅 취재 원조 격인 선배는 오랜만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청와대에서 제재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관계자들이 상황을 이해하게끔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허허 웃었다.
이명박정부도 언론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아 모범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2012년 건과 ‘이××들’ 보도와 관련한 현 대통령실의 인식·대응만 놓고 본다면 이 전 대통령은 치졸이 아닌 대범을 택했다.
지금은 웃기는 상황이다. ‘이××들’ 건을 계기로 MBC 출입기자의 해외순방 전용기 탑승이 배제되더니 여권에서 대통령에 대한 슬리퍼, 고성이 무례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나마 칭찬받던 대통령의 출퇴근길 취재진 문답(도어스테핑)도 없어졌다.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기자 징계까지 요구한단다. 대통령실 규정(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엔 복장규정(드레스코드)이나 질문 시 음성세기와 같은 것도 없다는데 말이다. 죄형법정주의가 아닌가. ‘네 죄를 네가 알렷다’인가. 대통령 앞에선 몇 데시벨로 이야기해야 하나.
이란 시위사태 기사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 “히잡 의무화가 여성을 속박하는 굴레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억압을 상징한다”는 것이었다. 무례 운운의 취재 제한은 결국 기자의 발과 입에 히잡을, 아니 정신에 히잡을 씌우려 하는 것이 아닌가. 현대판 예송(禮訟)논쟁은 조선시대처럼 숨은 의도는 예(禮)의 실현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 달성에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청와대 시절 기자실이 있던 건물을 춘추관(春秋館)이라 불렀다. 춘추관은 고려·조선시대 시정을 기록하던 관청 이름이기도 하다. 공자가 왕의 공과(功過)를 평가할 때도 오직 정사(正史)를 기록한다는 신념으로 왕 등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사서(史書) ‘춘추’를 완성했다는 춘추필법, 춘추직필에서 온 말일 것이다. 권세 앞에 기가 눌리면 춘추필법, 춘추직필이 가능할 것인가.
조선왕조실록이 디지털화되어 있어 검색해 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한번 언관(言官)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라. 서슬퍼런 봉건왕조시대에도 현대 기자의 조상쯤 될 언관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그중엔 이런 내용도 있다. 의정부가 “예전 신하는 (왕의)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극론(極論)하기까지 하는 자가 있었는데, 무례한 것 같지만 임금이 죄주지 않고 반드시 너그럽게 용납하였으니, 이것은 모두 성덕(盛德)의 일입니다… 말이 비록 맞지 않을지라도 반드시 용납한 뒤에야, 신하가 할 말을 다 할 수 있고 상하가 서로 믿게 됩니다. 신 등은 전하를 성인으로 바라는데, 전하께서는 언관을 죄주시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실망합니다. 청컨대 너그럽게 용납하소서”라고 했으나 왕은 결국 언관을 벌했다. 그 왕이 연산군이다.
권력 앞의 기자는 좀 ‘싸가지’ 없어도 허물이 될 수 없고, 권력은 좀 경청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김청중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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