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쿨한 감사 인사 벤투 감독, 눈물 보이며 포르투갈로 떠났다

이성필 기자, 이충훈 기자 2022. 12. 1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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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루 벤투 감독이 팬들의 환송을 받으며 포르투갈로 떠났다. ⓒ연합뉴스
▲ 파울루 벤투 감독이 팬들의 환송을 받으며 포르투갈로 떠났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공항, 이성필 기자, 이충훈 영상 기자] 배웅나온 팬들을 향해 두 손을 들고 감사 인사를 전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벤투 감독은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모국인 포르투갈로 출국했다. 지난 2018년 9월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4년 4개월을 동행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깐깐한 선임 작업을 통해 한국 지휘봉을 잡았던 벤투 감독이다. 당시 김판곤 전 감독선임위원장(현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벤투 감독을 선임하면서 '능동적인 축구'와 함께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등 대륙대회 본선 조별리그와 녹아웃 스테이지 등을 경험했는지. 자신 만의 지도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있는지 등을 살폈고 벤투 감독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4강,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등의 성적을 낸 벤투 감독은 올림피아코스(그리스) 등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자신만의 축구 철학은 확실했다.

한국 대표팀을 맡아서도 '결과를 내기 위해 과정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 2019 아시안컵에서 카타르에 밀려 8강에서 탈락해 위기가 있었고 2021년 3월 일본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해 지도력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축구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16강에 올랐다.

한국 축구는 심심하면 지도자를 교체하는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지도자를 빨리 쓰고 버리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 이후 조광래(현 대구FC 대표이사) 전 감독은 17개월 만에 잘렸고 최강희(18개월), 홍명보(13개월, 현 울산 현대 감독) 순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치렀다.

▲ 벤투 감독과 손흥민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최종예선을 치렀지만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비판과 마주했고 결국 본선에 오르고도 결별한 뒤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신태용 전 감독(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에게 본선을 맡겼다.

이후 벤투 감독 체제로 온전히 카타르행을 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가 아니었다면 벤투 감독이 4년 넘게 동행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기는 했지만, 확실한 고집과 자기 철학은 분명했다.

월드컵 16강 이후 팬들은 그를 '벤버지'라 불렀다. 벤투 감독은 "팬들과는 늘 좋은 관계를 맺었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자기 신념이 강했기에 외부의 강한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안정적인 빌드업에 기반한 주도형 축구를 이식해 움츠리지 않는 월드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출국 전 벤투 감독은 축구협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 지난 4년 동안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대표팀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는 동안 모든 분이 보여준 존경과 애정, 지원에 대해 어떻게 감사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을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만든 이 환상적인 여정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진한 감사를 전했다.

출국장에서는 2~3시간 전부터 대표팀 유니폼을 들고 서성이는 200여 팬이 벤투 감독의 등장만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다시 만날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더 애가 타는 표정이었다.

마침내 입국장 11번 출입문에 대표팀 버스가 하차하자 일부 기다림을 참지 못했던 팬이 밖으로 뛰어 나가 벤투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 등 다른 외국인 코치는 항공편이 달라 간단한 인사 후 2터미널로 이동했다.

벤투 감독이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자 "벤투~", "감사해요" 등 많은 말이 쏟아졌다. 사인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항 보안 요원이 쳐놓은 안전선은 무용지물이었다.

수속 후에는 흥미로운 일도 벌어졌다. 심야라 입국 수속 출입문이 한 곳만 열려 있었고 벤투 감독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됐다. 배웅 나온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팬들과 뒤섞일 정도였다. 수속 항공사에서 출입문까지는 약 200m 정도 거리가 있었고 모든 팬이 벤투 감독의 뒤를 따랐다. 이 과정에서 아내와 잠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해 최태욱, 마이클 김 코치가 호위했다.

벤투 감독에게는 셀카와 선물이 쏟아졌다. 환하게 웃은 벤투 감독은 관계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헤어지기 전 국내 코치진의 환송을 받자 뒤돌아 서서 눈물을 보이며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남자에서 인간미 있는 남자임을 보여줬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기원하며 자신 역시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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