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기록K]② 74년 만의 보상금과 명예회복…끝나지 않은 4·3
[KBS 제주] [앵커]
올 한해를 돌아보는 연말 기획 '기록 K'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올해는 74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가 4·3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의미 있는 해였는데요.
억울하게 옥살이한 희생자들은 검찰의 직권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안서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여든을 바라보는 남성이 꽃과 흰 봉투를 위패 앞에 올립니다.
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청년들이 학살되는 것을 만류하다 무장대로 몰려 희생된 할아버지에게 정부가 지급한 보상금입니다.
[한하용/4·3 희생자 유족 : "오늘 할아버지 몫으로 저에게 보상금이 나왔습니다."]
노인이 된 손주를 비롯해 유족에 전달된 보상금은 모두 9천만 원.
4·3 사건이 발생한 지 74년 만에야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배·보상이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최대 보상금을 일괄 받는 사망·행방불명 희생자와 달리 생존 후유 장애 희생자들에겐 장해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됐습니다.
[김종민/4·3중앙위원회 보상분과위원장/지난 10월 28일 : "마침내 보상이 이뤄졌다. 첫 결정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결정이지만, 후유 장애인에 대해서 그런(차등 지급) 결정이 나온 것은 조금 유감스럽다."]
70여 년 세월의 고통을 현재의 장해등급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희범/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지난달 3일 : "어린 나이에 상처를 입고 평생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시달린 분들에게 이거는 예의도 아니고 위로도 아니고 적정한 보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보상이 결정된 사람은 약 900명, 2025년까지 만 4천여 명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지만, 과제는 또 있습니다.
4·3으로 인해 부모가 숨지거나 행방불명돼 다른 이의 호적에 오른 이들은 아예 신청조차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순열/4·3 희생자 친생자/지난 4월 : "딸 죽기 전에 아버지 호적에만 놓게 만들어 주세요. 아버지 소원이에요."]
다행히 22년 만의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이들이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지만, 관계 입증 방식부터 3년으로 한정된 신청 기간까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불법 군사재판 수형인들의 명예회복 작업은 유례없는 진전을 보였습니다.
["피고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내란죄 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희생자 40명의 유족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허귀인/4·3 수형인 희생자 유족 : "저희 아버지는 그렇게 내란죄, 그런 거 할 분이 아닙니다. 모든 한이 풀리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개정된 4·3 특별법에 따라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한 첫 재심이 열리던 날.
검찰은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곧장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변진환/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검사 :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군법회의에서 처벌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수형인 희생자 2천5백여 명 가운데 5백여 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 당시 옥살이를 하고도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이들로까지 재심 기회가 확대됐습니다.
피해 사실을 70여 년 동안 숨기고 살아온 96살 할머니는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박화춘/4·3 생존 수형인/지난 6일 : "자식들한테도 말하지 못했는데, 너무 고맙고. 할 말은 많지만 할 수가 없습니다."]
뒤늦게나마 바로잡고 있는 4·3의 역사, 희생자와 유족들은 더는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며 자기 몫의 보상금을 평화 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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