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몰라도 시민은 압니다, 양금덕 할머니의 고귀한 헌신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 할머니
30년간 피해자 권리회복운동 앞장
정부, 수여한다던 인권상 돌연 취소
양 할머니 “박진 장관, 일본 눈치”
수여 취소 소식 들은 광주시민들
할머니만을 위한 ‘인권상’ 수여
기존 수여자들도 “상 반납” 확산
“외교부가 방해한 인권상보다 시민들에게서 받은 상이 훨씬 감격스럽고 값진 것 같습니다.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2)는 지난 12일 기자와 만나 ‘우리들의 인권상’ 수상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우리들의 인권상’은 광주시민들이 양 할머니만을 위해 만든 상이다.
시민단체는 최근 돌연 수상이 취소된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을 대신해 우리들의 인권상을 지난 11일 양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30년간 일제 피해자의 권리회복 운동에 이바지해온 공로다.
양 할머니는 “정부보다 우리 광주시민들이 훨씬 더 정의롭고 듬직한 것 같다”며 “일제 피해자 권리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용기를 갖고 지칠 때까지 계속해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외교부가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인권상 수상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상식을 앞두고 외교부가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냈다”며 “외교부의 의견으로 사실상 수상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는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양 할머니는 “지난 9월 박 장관이 손을 꼭 잡으며 ‘할머니 뜻에 거슬리지 않도록 잘하겠다’고 약속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외교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일본을 왜 그렇게 무서워하고 눈치만 보는지 모르겠다”며 “당당히 할 말은 하고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큰소리를 쳐야지. 하도 답답해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비판했다.
양 할머니의 인권상 취소 소식에 각계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았던 광주지역 교육사회단체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양 할머니의 수상이 무산될 경우 인권상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입장문에서 “양 할머니에 대한 외교부의 인권상 보류 의견은 안타깝고, 도저히 납득하기도 어렵다”며 “강제동원 피해자 모두에게 더 이상 큰 상처가 되지 않도록 애초의 계획대로 인권상이 수여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자신을 둘러싼 이런 움직임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는 “나이 든 할머니를 위해 이렇게 힘을 써주고 나서 준다는 것 자체가 용기 있고 고마운 일”이라면서 “나라에서 주는 인권상은 안 받아도 좋다. 시민들에게 받은 인권상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양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다.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수십 년째 일제 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힘쓰고 있다.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판결에도 일본 측이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다시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하라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다. 일본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하고 있으며 대법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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