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갈림길 TBS… '양날의 검' 김어준 떠나면 숨통 트일까

김고은 기자 2022. 12. 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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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오는 30일까지만 방송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2016년 9월 첫 방송 후 6년 3개월 만이다. ‘신장식의 신장개업’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도 30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한다고 같은 날 밝혔다. 신씨는 “항의와 연대, 그리고 무엇보다 TBS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잡은 작금의 인질극에서 인질을 먼저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오랜 동료인 주진우 전 기자도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하차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특정인과 특정 프로가 밉다고 이 조직을, 조직의 돈줄을, 조직의 밥그릇을 끊는다? 최악의 언론탄압”이라면서 “오세훈 시장은 언론탄압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TBS에 ‘양날의 검’이었던 김어준이 오는 30일 방송을 끝으로 ‘뉴스공장’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현 여권 등 보수진영의 눈엣가시였던 김씨가 떠남으로써 TBS의 회생을 위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까.TBS 제공

현 여당과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반대해온 진행자들이 줄줄이 하차하는 만큼 TBS 문제 해결도 전환점을 맞게 될까. 일단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그동안의 논란에 비해 하차가 터무니없이 늦었다”면서도 “이제라도 ‘가짜뉴스공장’이 멈추게 되었기에 참으로 다행”이라고 했다.

서울시 출연금 이외 협찬 수입 중 상당 부분 ‘뉴스공장’서 거둬

그러나 김씨 등의 하차로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 2024년 1월1일부로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은 중단되며, 마지막이 될 내년도 서울시의 출연금은 올해 대비 88억원(27.5%) 줄어든 232억원으로 편성되어 오는 1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내년 TBS 예상 인건비가 229억원이니 출연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고 나면 방송을 제작할 돈은 안 남는 셈이다. 앞서 올해 예산에서 서울시 출연금이 전년 대비 55억원 삭감됐을 때에도 TBS는 주요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외부 진행자를 내부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등 긴축재정을 해야 했다.

이를 메울 수입원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 출연금 외 TBS 수입은 전체 재원의 30% 정도다. 올해 TBS 예산에서 광고·협찬 수입과 기타 영업외수익은 약 90억원이었다. TBS FM은 상업광고가 금지돼 있어 정부·공공기관 등의 광고와 협찬을 통해 올리는 수익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한 수입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 협찬광고 수익의 상당 부분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TBS가 낸 자료에 따르면 뉴스공장은 “라디오 협찬, TV·유튜브·팟캐스트 광고를 통해 연간 70억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이는 TBS 라디오와 TV의 1년 제작비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그런데 그 뉴스공장이 김어준씨의 하차로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함께 막을 내리는 신장개업 역시 한국리서치 청취율 조사에서 3분기 연속 저녁 시사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해온 방송이다. 두 프로그램의 인기 등에 힘입어 서울·수도권 라디오 채널 2위 자리를 지켜온 TBS의 경쟁력과 수익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김어준 떠난 TBS, 서울시 종속된 ‘다른 성격 방송’ 될 가능성도

이처럼 TBS를 향한 공격의 빌미가 되는 동시에 TBS 재정자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양날의 검’ 김어준씨가 떠나면서 2023년 TBS는 전혀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뉴스공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팬덤도, 서울시의 재정 지원도 없이 ‘독립’된 공영방송으로 재탄생하느냐, 사실상 서울시에 종속된 기구로 남아 다른 성격의 방송으로 탈바꿈하느냐.

현재로선 후자 쪽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지난 8일 TBS 신임 대표 선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됐는데, 서울시의회(3명), 서울시장(2명), TBS 이사회(2명)가 추천하는 구조상 최소 4대3으로 여권 쪽이 우세하다. 서울시장은 여기서 추천한 2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대표이사로 선정한다. 또한, 2월 중엔 일부 이사들의 임기도 끝나 대표이사부터 이사회까지 현 여권 성향에 맞는 인사들로 물갈이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인적개편이 되고 나면 서울시나 시의회에서 TBS 예산 추가 지원과 이의 근거가 될 조례 신설 등에 대한 논의의 길이 열릴 수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허용할 수준이 된다면 재검토해서 내년에 추경이라든지 얼마든지 할 여지는 있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인적개편만이 아닌 방송의 성격이나 방향성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18일 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시장이나 시의회가 (방향성 등) 화두를 던질 게 아니라 TBS 구성원들이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교육방송이라든가 교양이라든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기능을 찾고 기왕 확보한 주파수를 어떻게 서울시민의 행복과 편익을 증진시키는 데 쓸 수 있느냐는 그분들이 깊이 고민할 화두”라며 “모든 것은 TBS 임직원 스스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고, 서울시는 무한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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