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방역 푼 중국, 코로나 고삐도 풀렸나…베이징 발열 환자 16배 폭증

이종섭 기자 2022. 12. 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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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품귀에 시민 ‘발 동동’
항원검사 키트 배송 ‘하세월’
내달 춘제 전후가 최대 고비

중국 당국이 일시에 방역을 완화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발열 환자가 급증하고 신속 항원검사 키트와 의약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지만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중단돼 감염 확산 규모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집계한 전날 중국 본토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감염자 수는 모두 7298명이다. 일주일 전 감염자 수의 3분의 1이 안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공식 감염자 수 집계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범위하게 실시되던 PCR 검사가 중단되면서 상당수가 신속 항원검사 키트를 이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자가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염 확산 추이는 늘어나는 발열 환자나 신속 항원검사 키트와 의약품 품귀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이징시 방역 당국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 11일 하루 각급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발열 환자가 2만2000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1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2급 이상 병원에서 보고된 독감 유사 증상 환자가 1만9000명으로 전주에 비해 6.2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자이거나 감염 의심자일 수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이미 감염 확산세가 최고조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변 논객으로 잘 알려진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베이징 사람들은 주위에 많은 친지와 친구들이 감염돼 있고 감염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 사정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 교민은 “중국 전역 가맹점에 코로나 상황을 점검해 봤는데 대부분 베이징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무증상이나 경증인 경우 자가 진단과 치료를 권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발열과 의심 증상에 놀란 시민들은 병원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베이징시는 지난 9일 하루 동안 120 응급전화에 평소보다 6배 많은 3만1000여건의 전화가 걸려와 혼란을 빚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불안한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신속 항원검사 키트나 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한 주민은 “일주일 전 주문한 항원검사 키트는 아직도 배송이 안 되고 약국이나 온라인에서 필요한 약도 제대로 구할 수 없다”며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데 검사 키트와 약이 없어 이웃 주민의 도움을 받아 겨우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금과 같은 감염 확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다음달 춘제(春節·설)를 전후한 시기에 방역 상황이 최대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하오(吳昊) 수도의대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대도시는 더 나은 의료 시스템과 위생 조건을 갖추고 있어 감염자 급증에 대처할 능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노인이고 의료 장비가 열악한 농촌은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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