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은 여전히 나다” 감옥서 편지 띄운 카스티요
“주권자인 국민들이 지지”
탄핵 주도한 세력 맹비난
멕시코 등 중남미 4개국
카스티요 지지 성명 발표
정치적 무능과 부패 혐의 등으로 탄핵당한 후 구금 상태인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사진)이 12일(현지시간) 옥중 편지를 통해 국가원수 지위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자필 편지에서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디나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을 ‘권력 강탈자’라고 비판하며 국가원수로서 ‘높고 신성한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탄핵당한 후 체포·수감됐다. 그는 탄핵안 처리를 피하기 위해 의회 해산을 시도했는데 여기에 반란과 음모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을 “16개월 전 국민이 공화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한 바로 그 사람”이라며 자신은 국민에 의해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임을 부각시켰다. 이어서 자신은 “굴욕당하고 고립되고 학대받다 납치됐지만 여전히 주권자인 국민의 믿음과 투쟁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탄핵당할 때 부통령이었던 볼루아르테 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권력 강탈자가 최근에 말한 것(조기 대선·총선)은 쿠데타 우파의 분비물 같은 말”이라면서 “새로운 선거라는 추잡한 게임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2026년으로 예정된 대선·총선을 모두 2년 앞당겨 2024년 4월에 치르는 법안을 제출했다.
대통령 탄핵 이후 전역에 반발 시위가 격화되며 페루는 ‘대혼란’ 상태에 빠졌다. 시위 과정에서 최소 7명이 숨졌다. 시위대는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며 페루 제2의 도시인 아레키파의 국제공항을 습격하기도 했다. 국가 불안이 고조되자 전날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페루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는 더욱 격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페루의 독립연구기관인 페루연구소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페루인의 86%가 의회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카스티요에 대한 반대율 61%보다 높은 수치다.
한편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중남미 4개국 외교 당국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페루 현지 매체 엘코메르시오가 밝혔다. 4개국은 성명을 통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비민주적 괴롭힘의 희생자’라며 그의 인권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전 기자회견에서 페루 의회의 탄핵 가결을 ‘엘리트 정치 집단이 합법적으로 구성된 정부를 흔든 쿠데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탄핵 가결을 “안데스 고원 출신 전직 교사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이라고 묘사하며,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멕시코 망명 신청에 대해 사실상 허용 의사도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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