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네덜란드 동참, 전선 넓어진 미·중 반도체 전쟁…중국은 ‘WTO 제소’
중 “미, 정상적 국제무역 방해”…승소해도 미 ‘거부’ 가능성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수출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2일 반도체 등 제품에 대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절차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상무부는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국가 안보 개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반도체 등 제품의 정상적인 국제무역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WTO 제소는 중국이 법률적 수단을 통해 중국의 우려를 해결하고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앞서 지난 10월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 반도체와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고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일정 수준 이상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WTO에 제소함에 따라 양측은 향후 60일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은 WTO에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WTO 분쟁해결절차에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만약 중국이 승소하더라도 미국이 항소해 결국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덤 호지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우리가 이미 중국에 전달한 바와 같이 해당 조치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WTO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적절한 곳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양국이 이렇게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네덜란드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두 나라가 미국의 수출 제재에 원칙적으로 동참하기로 하고 몇 주 내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3개국 협력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세계 5대 반도체 장비업체가 모두 제재에 참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 간 반도체 갈등은 그 전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 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각국이 나서서 세계화에 역행하는 낡은 사고와 일방적 패권 행태에 맞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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