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문 케어로 건보재정 파탄”…‘반문재인 정책’ 본격화

유정인 기자 2022. 12. 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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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포퓰리즘” 비판
근로시간 유연화 ‘조속 시행’
건강보험·노동시장 개혁 속도
대통령 집무실에 내걸린 ‘국정과제’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 13일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현황판이 설치돼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건강보험과 노동시장 ‘개혁’을 동시에 화두로 띄웠다. 각각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주 52시간 근무제 폐지를 골자로 삼은 개혁안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이 ‘윤석열표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야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앞서 강조한 노동·연금·교육 개혁에 더해 건강보험 개혁을 주요 개혁과제로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해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고 ‘문재인케어’를 직접 겨냥했다.

‘문재인케어’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게 골자다.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항목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안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케어’에 대해 “비급여의 무차별적 급여화로 재정만 악화” “지속 불가능한 보건 포퓰리즘”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건강보험 급여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면서 절감하는 재원으로 의료사각지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중증질환 치료와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건보 개혁을 꺼내든 이유를 두고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제 외에 다양한 개혁과제가 존재한다”며 “건보 개혁이 필수라고 한 것은 그만큼 재정적자가 심각하고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중요한 과제로 놓고 국회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표 정책’ 드라이브…법 개정 과정서 여야 충돌 예고

국민이 정권교체를 체감하게
노선 분명히 정책 차별화 나서
집무실 ‘120대 국정과제’ 걸어
여소야대 속 입법 난항 불가피

노동 개혁에서도 ‘반문재인’으로 정책 방향 전환을 확고히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을 언급하면서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고안을 두고는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은 현행 주당 52시간으로 제한된 법정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허용하는 안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를 노동 개혁의 핵심 과제로 내세워온 만큼 권고안과 유사한 수준으로 연장근로시간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제도는 문재인 전 대통령 공약으로 문 전 대통령 취임 2년차인 2018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윤 대통령이 속도전에 나선 데는 윤석열표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쳐 정권교체를 체감하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도 건보·노동 개혁이 주된 주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 120대 국정과제를 담은 판을 세워뒀다면서 “국무위원들도 120대 국정과제 책자를 늘 보고,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과제 점검회의는 국민과의 약속이 어떻게 이행됐는지 점검하고 내년도 업무보고에 중요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에 속도감 있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국정과제, 개혁과제를 실천하는 게 업무보고의 주된 이유”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반문재인’ 기치를 내걸고 집권한 만큼 선명한 노선을 펴는 것이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을 수 있다.

정책 추진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개혁과제는 법 개정 사안이다. 건보 개혁은 건강보험법, 주당 법정 근로시간 등 노동 개혁은 근로기준법 등을 손봐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를 감안하면 입법 과정 곳곳에서 여야가 충돌하며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민폐 정부가 되고자 하느냐”며 “섣부른 정책 추진으로 국민 부담을 더하려다가는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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