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제한 신세' 제주 재생에너지, 그린수소로 재탄생 준비 중

오지혜 2022. 12. 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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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3.3㎿급 그린수소 실증단지 3월 운영 예정
수소 생산 실증 넘어 상용화 기반 닦는 절차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도 함께 운영... 버스 운행
제도 보완 후 몸집 불려 상용화 본격화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것"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세워질 3.3MW급 그린수소 실증단지 조감도. 제주에너지공사 제공

제주도가 내년 초 그린수소 대규모 실증단지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풍력·태양광으로 물을 분해해 만든 그린수소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생산부터 사용까지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데다, 제주도의 골칫거리였던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제주도는 그린수소 산업을 선점해 국가 수소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1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내년 3월까지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3.3㎿ 규모의 그린수소 실증단지를, 조천읍 함덕리에는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 완공을 위해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제주(260㎾급)를 시작으로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실증단지의 특징은 단순히 그린수소 추출을 넘어 실제 차량 충전용으로도 쓸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친환경' 그린수소... 제주 출력제한 문제까지 해결하는 떠오르는 효자

수소는 탄소와 달리 온실가스·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어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지만, 모두 친환경은 아니다. 특히 생산되는 수소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개질수소를 추출하는 것으로, 수소 1㎏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10㎏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중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블루수소'도 있지만, 탄소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반면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기 때문에 생산부터 소비까지 환경에 해가 없다.

10월 제주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에 있는 풍력발전기가 출력제어로 운전을 하지 않고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제주도가 그린수소에 집중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전력은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화석연료 발전을 기반으로 하면서 전력 공급량이 넘치면 재생에너지 발전부터 막는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강제로 전력 생산을 막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을 선언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었는데, 전력 비수기 때 남아도는 전기 때문에 풍력·태양광 발전을 멈춰야 했다. 풍력 출력제어 횟수는 2016년 6회(252㎿h)에서 올해(1~12월 초) 101회(2만5,294㎿h)로 늘었고 손실도 커지고 있다.

그린수소는 이 문제를 해결할 묘수다. 물 분해 과정에서 전기가 필요한데,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면 발전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 또 수소는 다른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호준 제주에너지공사 신사업추진팀장은 "도 계획대로 풍력·태양광을 설치하면 출력 제한 비율이 30~40%까지 늘어나는데, 계속 가동 중단할 수 없으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수소는 고정식 탱크에 대규모 저장이 되니 단기·소량 저장용인 ESS(에너지저장장치)보다 경제성도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3.3㎿ 실증단지서 경제성 확보하고, 12.5㎿로 확대한다

1일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3.3MW급 그린수소 실증단지가 들어설 부지에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제주=오지혜 기자

제주도는 그린수소를 도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할 생각이다. 그린수소를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발전시켜 민간에 확산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시작이 3.3㎿급 규모의 실증단지다.

이 실증단지에는 인근 행원 풍력발전단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할 계획이다. 전기와 물이 수전해 설비, 압축 설비를 차례로 거쳐 수소로 재탄생하게 된다. 1시간에 수소를 최대 55㎏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승용차 11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이곳에서는 수전해 설비 2종(알칼라인, PEM)의 실제 생산능력을 평가하고, 경제성 분석을 통해 적절한 생산 단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1일 제주 조천읍 함덕리에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제주=오지혜 기자

여기서 생산되는 수소는 10개의 실린더에 담겨 튜브트레일러를 타고 함덕리 버스 회차지에 위치한 그린수소 충전소로 옮겨진다. 그린수소로만 운영되는 국내 1호 충전소다. 충전소에 도착한 수소는 압축기를 거쳐 차량 충전에 사용된다. 제주도는 내년까지 수소버스 22대를 들여와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오상현 한국가스기술공사 과장은 "튜브트레일러 1대가 200㎏의 수소를 싣고 오면 버스 8대 충전이 가능하다"면서 "충전 디스펜서가 2대 설치될 예정이라, 1시간에 총 4대 충전이 가능해 전기차에 비해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조천읍 함덕리에 세워질 그린수소 충전소 조감도. 한국가스기술공사 제공

도는 3.3㎿실증단지에서 내년 3월부터 수소를 판매해 상용화 가능성을 본 뒤, 잉여전력 할인 등 제도를 정비해 12.5㎿급 실증단지에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에 착수한 이 실증단지는 내년 여름 착공해 2024년 말~2025년 초쯤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3.3㎿가 상용화 테스트베드였다면 12.5㎿ 실증단지는 본진인 것이다.


"제주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로"

제주도는 공공부문부터 그린수소를 적극 활용해 주민 인식도를 높이고, 민간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권역별 그린수소 생산단지와 충전소 등을 만들고, 2050년부터는 수소 트램·선박·관광버스·화물차 등 활용 분야를 확장하려 한다. 도내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수소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강영심 제주도 CFI(탄소 없는 섬)팀 팀장은 "수소를 수출입할 수 있는 수소항만을 구축해 그린수소 수출입 기반을 닦고, 실제 수출입까지 해낼 예정"이라며 "국가 수소경제의 교두보 역할에서 나아가 제주를 그린수소의 글로벌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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