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도 ‘집단 멘붕’ 빠진 SSG… 업무 올스톱,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김태우 기자 2022. 12. 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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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단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류선규 SSG 단장(오른쪽)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한 SSG가 샴페인을 터뜨린 지 한 달 만에 집단 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갑자기 단장이 사라졌고,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는 등 혼란의 12월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진 사퇴를 결정한 류선규 단장이 오프시즌 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태에서 떠났다는 것이다. 남은 업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에 끼치는 영향은 최소화한 모양새다.

류 단장은 12일 아침 일찍 민경삼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고위층에 사의를 밝혔다. 당초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면 한꺼번에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구단 프런트는 물론 선수단까지 집단 혼란에 빠진 양상이다. 구단은 이번 사태와 후임 인선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류 단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루머는 시즌 중반부터 꾸준히 있었고, 구단 직원들도 이를 직간접적인 루트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구단 내부 직원들도 뭔가의 뚜렷한 느낌을 받고 있었지만 쉬쉬하는 양상이었다. 여기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덕에 류 단장이 최소 1년은 더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부 동요는 조금씩 가라앉는 상태였다. 그렇게 프런트는 종무에, 선수단은 비활동기간에 들어갔다.

이렇게 다소간 마음을 놓고 있었던 구단 직원들은 12일 전격 사퇴 소식이 언론으로부터 알려지자 큰 충격에 빠진 상태다. 오랜 기간 류 단장과 손발을 맞춘 직원들이 많기에 더 그렇다. 선수단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원형 감독부터가 자진 사퇴의 낌새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감독은 류 단장과 각종 행사에 동행하며 내년 전력 구상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치들도 류 단장과 협상 끝에 대다수가 2023년 계약을 마쳤기에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는 양상이다.

오프시즌에는 프런트의 비중이 큰 만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단장 공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류 단장이 사퇴 전 오프시즌 주요한 업무는 이미 상당 부분 마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선수 인선을 사실상 끝냈고, 연봉 협상과 코칭스태프 인선도 마무리 단계다. 내년 스프링캠프의 굵직한 준비는 이미 끝내놓은 상태다.

류 단장이 자신의 자진 사퇴를 예감하고 업무를 빨리 진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상황과 류 단장 개인적인 성향과 연관이 있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세 명의 기존 선수와 일찌감치 재계약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고,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칭스태프는 타 팀으로 이적한 이들이 있어 역시 충원을 빨리 해결해야 했다. 연봉 협상의 경우 류 단장이 오프시즌 시작부터 “연봉 협상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내에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속도를 낸 게 다행이었다. SSG는 좌완 커크 맥카티,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 영입을 확정했고 올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좌완 강속구 투수 에니 로메로와 개인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한 채 메디컬테스트만 남겨두고 있다. 이 절차만 통과하면 영입이 확정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점찍었던 투수들이 40인 내에 묶이고,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파이어볼러의 경우 경력이 다소 짧다는 문제가 있었던 SSG는 로메로가 풀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접촉했다. 현장과 논의는 이미 12월 초에 끝나 있었다.

코칭스태프는 신규 코치들을 영입했고, 보직도 소폭 바꾼 상태다. 기존 코치 1명과 재계약만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1명과 협상이 끝나면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가장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연봉 협상 또한 속도가 순조로운 편이다. 고과 산정에 크게 어려움이 없는 퓨처스팀(2군) 선수들은 이미 11월에 모두 끝났고, 우승 주역들 상당수 연봉 협상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풀어가기 시작했다. 현재 5~6명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과 최상위권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연내 종료 목표는 유효하다. 류 단장은 사퇴 전부터 “샐러리캡을 애매하게 넘기는 건 의미가 없다. 연봉 인상 요소가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상한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을 마친 듯한 인상을 줬다. 장기적인 샐러리캡 계산도 어느 정도 끝나 있는 상황에서 구단의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낸 것도 류 단장이었다.

통합우승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확실한 재신임 의사를 받지 못한 단장으로서는 지난 한 달의 시간이 껄끄럽고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사퇴 결심을 굳히기 전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하게 업무를 이어 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구단이 이 시끄러운 사태와 내부의 동요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정자를 바로 발표하기보다는 조금은 숨을 고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조직 개편이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시간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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