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합창' 지휘봉 잡는 김선욱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어요"

박주연 기자 2022. 12. 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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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31일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처음 실황으로 들었어요. 전 지휘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이었죠. 그때 '이 곡을 지휘하게 되는 순간이 나에게도 올까' 생각했어요."

"피아노만 한 대 있는 무대도 굉장한 설레임을 주지만 연주자들이 무대에 가득차서 하나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은 굉장한 매력이죠. 결국 피아노도 축소된 오케스트라고, 오케스트라도 팽창된 피아노라고 생각해요. 지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인생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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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벤스케 감독 낙상으로 지휘자 교체…14~16일 공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교향악단 '합창' 정기공연 지휘자 김선욱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시향 리허설룸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1999년 12월31일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처음 실황으로 들었어요. 전 지휘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이었죠. 그때 '이 곡을 지휘하게 되는 순간이 나에게도 올까' 생각했어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이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낙상 사고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을 대신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4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15·16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리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 공연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선욱은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운드인터뷰를 갖고 벤스케 감독 낙상사고 후 긴박했던 섭외 과정과 공연 준비 과정, 지휘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놨다.

"지난 6일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40주년 연주를 마치고 7일 출국하려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에 시향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합창 공연이 14~16일인데 지휘를 맡아 12일부터 리허설을 해줄 수 있겠냐는 거였죠.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그 30~40분이 34년 제 일생에서 가장 고심을 많이 한 시간이었어요. 리허설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교향악단 '합창' 정기공연 지휘자 김선욱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시향 리허설룸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3. pak7130@newsis.com

김선욱은 공항에 도착했지만 결국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이유는 그가 부탁받은 곡이 다름아닌 베토벤의 '합창'이었기 때문이다. "합창은 상임지휘자가 아니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에요. 오케스트라 규모도 그렇고,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야 해요. 수락의 너무 큰 이유가 됐죠."

김선욱이 공항에서 호텔로 돌아오니 시향에서 보낸 악보가 그보다 먼저 도착해있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교향악단 '합창' 정기공연 지휘자 김선욱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시향 리허설룸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3. pak7130@newsis.com

"밥 먹을 때 빼고는 나흘간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하루에 14시간, 15시간씩 악보를 봤어요. 처음엔 압도됐어요. 악보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죠. 베토벤의 음악이 그래요. 음표가 주는 힘이 어마어마하죠. 3악장쯤 갈 때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치고, 뜨거워지고, 쿡쿡 찌르고, 아프고, 4악장에선 하늘에 있던 어떤 신성한 존재가 접속을 시도하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정신이 혼미해졌죠. 첫 날, 둘째 날은 곡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셋째 날, 넷째 날은 불덩이를 조절하는 과정이었어요. 과장한다고 느껴지겠지만 아니에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요."

나흘간의 준비를 끝내고 12일과 13일에는 리허설에 들어갔다. 김선욱은 자신했다. "지금까지는 순항중이에요. 오늘 리허설처럼만 된다면 좋은 연주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공연이 시작될 때부터 마지막 음의 잔향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이 음악에 집중하게끔 만드는 겁니다."

김선욱은 내년 10월 서울시향 정기공연 지휘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었으나, 이번 공연으로 시향 정기공연에 미리 데뷔하게 됐다. 본머스 심포니, KBS교향악단 등과도 호흡을 맞추며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해온 그는 '지휘'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시립교향악단 '합창' 정기공연 지휘자 김선욱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시향 리허설룸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3. pak7130@newsis.com

"피아노만 한 대 있는 무대도 굉장한 설레임을 주지만 연주자들이 무대에 가득차서 하나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은 굉장한 매력이죠. 결국 피아노도 축소된 오케스트라고, 오케스트라도 팽창된 피아노라고 생각해요. 지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인생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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