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자청` 구현모의 승부수

김나인 2022. 12. 1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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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구현모(58·사진) KT 대표가 연임을 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고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구 대표가 복수의 후보자를 심사해 최종 대상자를 정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KT는 이날 "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면서 "이후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고, 이사회는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KT는 조만간 구 대표와 경쟁할 다른 후보를 추천받거나 지원받아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 KT 이사회는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구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구 대표의 의지에 따라 복수 후보 경선이 치러지겠지만 이미 이사회가 구 대표에 대해 적격 판정을 한 만큼 2주일 여 만에 판세를 뒤집는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구 대표 단독 추천이 예상되던 이사회를 하루 앞둔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 보안 계열사 KT텔레캅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현장 조사를 벌인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KT 측은 "구 대표가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함에 따라 이사회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선을 거쳐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고 주총 때 재신임을 받으면 2026년 3월까지 3년간 대표직을 이어서 수행하게 된다. 연임이 확정되면 구 대표는 2002년 KT 민영화 후 연임에 성공한 세 번째 대표가 된다. 구 대표는 KT 민영화 이후 12년 만의 내부 출신 CEO(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7년부터 KT에서 몸담아 온 정통 'KT맨'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8일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KT가 단순 통신 회사가 아니라 전세계 통신 회사가 따라야 할 롤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KT는 정관에 따라 8명의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으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를 진행해 왔다.

구 대표가 이날 복수 후보 경선을 제안하면서 '주요 주주가 제시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는 국민연금을 지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유분산기업은 KT나 포스코같이 재벌기업과 달리 공기업에서 민영화됐거나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 등을 의미한다.

지난 8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소유가 분산된 금융지주 등이 건강한 지배구조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가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KT 지분 10.35%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KT 주총에서 정치후원금 관련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박종욱 KT CSO(안전보건총괄)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의식해 연임에 당위성을 얻기 위해 구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경선 절차를 거쳐도 구 대표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구 대표의 복수 후보 경선 제시는 국민연금 측의 인정이나 지지를 받기 위한 절차"라며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자신감의 표현인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대표에 취임한 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지난 8월 KT의 시가총액은 2013년 이후 9년만에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경영실적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 KT 전체 조합원의 99%인 1만6000여 명이 속한 KT 노동조합이 구 대표 연임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KT는 이달 말까지 최종 대상자를 확정하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KT 정관에 따르면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총 최소 3개월 전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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