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北, 핵실험 땐 전례 없는 억제… 낮은 단계부터 신뢰 쌓을 것"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고'와 '대화' 메시지
'윤석열표 탈북민 정책' 등 내년 업무방향 공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3일 인천 강화군 라르고빌 리조트 아리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업무추진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전례 없는 수준의, 되돌리기 어려운 억제와 제재에 직면할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정부는 아주 소소하고 낮은 단계라고 해도 북한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찾아 나가면서, 북한이 대화를 선택하고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바꿔 나갈 것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3일 북한을 향해 채찍과 당근,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내년 최우선으로 추진할 과제로 "북한이 도발을 멈추도록 설득하면서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시작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결과 화합, 경고와 대화, 억제와 소통의 갈림길에서 어떻게든 북한과 접촉면을 넓혀 난국을 타개하려는 정부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권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전략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라 새 진영구도가 형성될 조짐이 보인다"며 "북한은 이런 혼란 상황을 이용해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남북 분단구조 고착화를 우려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반도 정세를 진단했다. 북한이 강대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아집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는 게 권 장관과 정부의 입장이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올해 도발에 대해 "'남측이 훈련을 하니 북측에서도 대응한다'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의도적으로 계산해서 하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의) '방어적 군사훈련' 같은 부분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원칙이 무너지기 때문에 대북 태세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권 장관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북한이 호응해 오기만 하면 힘있게 정책을 추진할 체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북한도 내부 정세, 각종 군사훈련 등의 동향을 주시하며 향후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세를 예단하기보단 대북정책 기조를 견지하며 여러 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초 사회문화, 인도, 교역 부분에서 민간단체 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서 당국 간 협력의 여건을 조성해 나갈 생각"이라고 구상을 공개했다. 고위당국자는 "담대한 구상과 별개로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환경과 무관하게 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라면 얼마든 할 의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권 장관은 내년 업무추진 방향으로 '담대한 구상의 동력 강화'와 '통일 미래비전의 전략 재정립'을 꼽았다. 특히 "'윤석열표 탈북민 정책'이라고 부를 수준으로 탈북민 정착 제도를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탈북민 고독사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탈북민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취합해 위기 징후를 선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와 관련 "사안들을 하나로 묶고 보다 근본적이고 큰 틀에서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