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범생` 현대차그룹… 해묵은 지배구조탓에 두 단계 강등
순환출자 방식 기업운영 감점
투명성 갖춘 구조로 개편해야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등급 평가에서 지배구조(G) 항목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환출자 구조의 지배구조 여파로, 지배구조 개편 없이는 글로벌 ESG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ESG 평가 중 지배구조 항목 등급이 작년 A에서 올해는 B로 각각 두 단계 하락했다. 또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도 지배구조 항목에서 작년 모두 A등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B+등급으로 한 단계씩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배구조 항목의 등급 하락으로 전체 ESG 등급 역시 작년 A에서 올해는B+로 내려왔다. 이는 개정된 ESG등급 평가 기준에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한국ESG기준원은 올해 글로벌 기준에 맞춰 모범 기준 평가 모형을 개정했으며, 이 중 내부거래 규모에 따라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이전보다 가중치를 더 붙였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지배구조 상 상하 관계에 위치한 기업간 매입거래 관련 비중이 클 경우 심화평가에서 감점폭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는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에 해당되는 것으로 평가돼 작년보다 가중치가 높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사업 구도는 전형적인 수직계열화 구조로, 부품사들이 완성차에 납품하는 체제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비계열사 매출 비중을 높여가고 있지만, 그룹의 의존도를 온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현재 지배구조에서 ESG등급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 후 첫 공식 행사였던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해 개편 의지를 시사했다. 이후 작년 4월 정 회장 지분율이 9.57%인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계열사를 통합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올해 초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상장 자체가 무산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출범한 2개의 생산 전문 자회사도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위한 취지가 더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의선 회장 체제가 3년차에 접어들고, 현대차그룹이 EGS경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조만간 타이밍을 잡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8~9월 기간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에서 첫 ESG 단독 해외 기업설명회를 갖는 등 글로벌 ESG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SG경영 컨설팅을 진행하는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그룹사의 지배구조 개선은 오너가와 대주주,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풀 수 없는 문제고, 실제 개선작업에 수년 이상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라며 "그룹 오너가 지배구조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실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ESG의 지배구조 항목도 환경·사회와 마찬가지로 투명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확실한 실행계획, 전체 과정을 이해관계자와 사회에 공개하는 것이 핵심으로 지배구조 분야가 제대로 돼야 환경·사회 분야도 고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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