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적격'에도 '경쟁' 택한 KT 구현모…자신감? 고육지책?

심지혜 기자 2022. 12. 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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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가 심사를 통해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음에도 '복수 후보' 심사를 자처했다.

차기 대표로 주주총회에 단독 후보로 오를 수 있었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KT 유례 없는 방식으로 구 대표는 연임 적격 판단을 받은 만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단독 후보로 추대되는 게 수순이지만, 구 대표 스스로가 제동을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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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민연금 소유지분 분산기업 지배구조에 문제 제기
이사회 추가 심사 진행키로…이르면 이달 중 결론
구 대표, 자격 검증 받았지만…외풍 작용할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KT, 인공지능(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1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심사를 통해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음에도 ’복수 후보‘ 심사를 자처했다. 차기 대표로 주주총회에 단독 후보로 오를 수 있었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행보를 무시하지 못한 고육지책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13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지만 이사회에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추가 심사를 진행, 차기 대표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는 KT 유례 없는 방식으로 구 대표는 연임 적격 판단을 받은 만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단독 후보로 추대되는 게 수순이지만, 구 대표 스스로가 제동을 건 것이다.

유례 없는 절차…이사회 새 후보자 검증 돌입

차기 대표는 구 대표가 새로운 후보자와의 경선을 거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구 대표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8일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소유지분이 광범위하게 분산된 기업들에 대한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소유지분이 분산된 기업은 KT, 포스코와 같이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 등이 해당된다.

김 이사장은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는 기준이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T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표 임기 만료 3개월 전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대표 후보자를 심사해야 한다. 후보자는 지배구조위원회가 선정하는데 이사회가 현직 대표에 대해 우선 심사를 결정한 경우에는 이를 진행하지 않는다.

2020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된 구 대표는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지난 11월 8일 연임 의사를 나타냈고 이사회는 차기 대표 인선을 위해 구 대표 먼저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김 이사장이 직접 KT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같은 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3월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박종욱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분 10.35%를 보유한 KT의 최대 주주다. 하지만 구 대표가 지분을 교환한 현대차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등이 우호세력이 될 경우 통과에 무리는 없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7.7%, 신한은행 5.58%의 KT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율을 합하면 국민연금을 앞선다.

그럼에도 구 대표는 새로운 후보와의 경쟁을 통해 주주총회 전 사전 우려를 해소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이달까지 최종 후보 선출 마무리

구 대표가 경선을 자처함에 따라 차기 대표 인선 절차에 마침표를 찍었던 이사회는 다시 바빠지게 됐다.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후보군을 물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최대한 이달 내에 최종 후보군 선출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정식 대표 선임은 내년 주총에서 결정되지만 이사회를 최종 통과하면 사실상 차기 대표나 다름 없다. 차기 대표 인선이 늦어질 경우 KT의 조직개편이나 임원 인사에도 차질을 빚는다.

KT 안팎에선 구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통신 사업 중심이던 KT를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이룬 데다 이미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연임에 적격하다는 것을 입증한 만큼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그간 KT가 대표 선임 과정에서 외풍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2002년 민영화한 KT는 외부 대표가 주를 이뤘다. 내부 출신은 남중수 사장 이후 12년 만이다. 게다가 연임 이후 임기를 완주한 사례는 전임인 황창규 회장 뿐이다. 황 전 회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중도 하차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번에도 정권 교체 직후로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 대표가 적격성을 검증 받았음에도 유례 없는 경선을 선택한 것은 주총 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를 의식한 고육지책일 것"이라며 "이사회는 주총에 올릴 최종 후보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 서두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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